삼성SDS가 3년 전 보안 사업 강화 차원에서 투자해 보유 중인 글로벌 보안 전문기업의 지분 가치가 최근 1년 만에 4배 가까이 뛰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기업용 보안 기술에 선제 투자한 덕분에 '잭팟'을 터뜨린 모양새다.
10일 삼성SDS의 2021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작년 6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보안 전문기업 '센티넬원(SentinelOne)' 지분을 0.30%(약 78만주) 보유하고 있다. 그 장부금액 가치는 작년 말 기준으로 약 465억원에 달한다.
삼성SDS가 보유 중인 주식의 장부 금액만 놓고 보면 2021년 말 기준 센티넬원 지분 가치는 2020년 말보다 287.7% 증가했다. 1년 새 약 4배로 불어난 셈이다. 삼성SDS의 센티넬원 투자 시점이 더 앞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률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는 삼성벤처투자펀드를 통해 센티넬원 상장에 앞서 2019년 6월 이 회사의 시리즈D 투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SDS는 회사의 투자 금액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보안 기술이 필요한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센티넬원은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보안 전문기업으로 2013년 설립됐다. 보안업계에선 '엔드포인트 위협 탐지·대응(EDR)' 솔루션 업체로 분류된다. 전산망에 연결된 PC·스마트폰 등 단말기의 위험도를 판별하고 침입·공격을 막는 게 주특기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이 비대면·원격 근무를 도입하기 위해 전산망에 불특정 다수의 접근을 허용하면서도 침입, 해킹 공격, 악성코드 유포 시도를 차단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 덕분에 최근 몇 년 사이에 센티넬원과 같은 기업의 '몸값'은 폭등했다.
2020년 한 IT모니터링 제품의 보안 취약점을 악용한 악성코드가 유포돼 이 제품을 쓰는 세계 70여 개국 1만8000여 개 조직이 감염 피해를 입은 '솔라윈즈(SolarWinds)' 해킹 사건이 벌어졌는데, 당시 센티넬원은 고객사를 지켜낸 회사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이후 센티넬원은 시리즈E·F 라운드를 거치면서 기업가치를 30억 달러 이상으로 불렸고, 작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첫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그 전날 결정된 공모가도 센티넬원이 희망한 주당 31~32달러보다 높은 주당 35달러였다.
삼성SDS는 작년과 올해 주요 보안 위협 동향을 짚으면서 랜섬웨어와 같은 신·변종 악성코드를 막는 EDR 기술의 역할을 강조해 왔다. 작년 9월 한국지사를 설립한 센티넬원의 국내 총판 사업을 중심으로 보안 업계에서 양사 협력을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
지난 몇 달 사이 나타난 미국의 기술주 매도세로 최근 센티넬원 주가는 고점 대비 낮은 상태다. 하지만 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맞물려 사이버전쟁이 격화함에 따라 보안 기업 전반의 주가 반등을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