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스타트업들은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출발하지만, 시장 변수 등으로 인해 사업 전략을 수정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이에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탄력적으로 주력 부문을 전환하는 피보팅 전략 시행 여부가 기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피보팅이란 본래 ‘축을 옮기다’라는 뜻의 스포츠 용어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춰 사업 방향을 전환한다는 말을 일컫는 경제용어로 널리 쓰인다. 특히 창업 주기가 짧고 첫 투자 자금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계에서 피보팅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실제로 스타트업계에서는 피보팅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을 돕는 모바일 앱 서비스에서 시작해 식자재 유통 시장 혁신에 나선 스타트업, 가상·증강현실(VR·AR) 서비스에서 메타버스까지 영역을 확장한 스타트업, 기존의 소셜미디어(SNS) 기능을 과감히 버린 카메라 앱 스타트업 등 사례도 다양하다.
소상공인 매장 솔루션 스타트업 ‘스포카’, 식자재 유통 시장 혁신 나서
국내 1위 소상공인 매장 솔루션 스타트업인 스포카는 최근 사업 방향을 55조원 규모의 식자재 시장으로 바꿨다. 지난 1월 태블릿 기반 고객 관리 서비스 ‘도도포인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기술력과 매장점주 대상 서비스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점주들의 식자재 수‧발주 시장을 잡겠다는 포부다. 이에 스포카는 지난 1월 도도포인트 사업부문을 야놀자클라우드에 양도했다.도도포인트는 고객의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한 적립 서비스로, 카페나 식당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이전에 매장에서 방문 시마다 도장을 찍어주던 쿠폰을 앱으로 옮긴 셈이다. 도도포인트는 누적 사용자 2500만명, 8년 연속 태블릿 고객 관리 서비스 1위를 기록 중이다.
스포카는 앞으로 식자재 비용 관리 앱인 ‘도도카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2020년 8월 첫선을 보인 도도카트는 외식업 종사자들이 앱에 식자재 명세서 사진을 등록하면 지출 비용을 비교, 분석할 수 있도록 리포트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 서비스다.
도도카트를 이용하면 거래처 및 주요 품목의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체계적인 식자재비 관리를 돕기 때문에 원가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도도카트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누적 거래액 1600억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출시 1년 만인 지난해 9월 누적 1000억원을 넘어섰고, 이후 4개월 만에 60% 증가한 거래액을 달성했다. 도도카트 앱 누적 이용자 수도 10만명을 돌파했다.
스포카 관계자는 “앞으로 기존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뤄지던 식자재 유통산업의 디지털화와 고도화된 서비스로 매장의 매출 극대화를 이끌어내고, 규모 대비 낙후돼 있는 식자재 유통업계에 혁신 IT 솔루션을 제공하며 디지털 전환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스페이셜, VR‧AR 넘어 장비 없이 소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스페이셜’은 VR과 AR을 기반으로 기업 간 원격 협업 솔루션을 개발해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전용 기기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해 온 스페이셜은 사용자의 수요를 파악하던 중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면서 웹과 앱 기반의 서비스를 새롭게 구축하게 됐다.별도의 기기 없이도 컴퓨터와 모바일로 간편하게 가상공간에 접속할 수 있게 되자 스페이셜의 사용량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때 스페이셜 측이 새롭게 발견한 시장이 바로 ‘메타버스 갤러리’다.
스페이셜은 자사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자의 상당수가 자신의 작품 전시를 위해 활용하는 개인 아티스트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착안해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 갤러리’로 사업을 전격 피보팅했고, 이후 두 달여 만에 사용량이 4배 이상 증가했다.
스페이셜을 이용하면 클릭 몇 번으로 자신의 작품을 메타버스 공간에 전시할 수 있고, 해당 공간에서 방문객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또한 링크를 공유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홍보도 할 수 있어 아티스트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스페이셜은 아티스트와 컬렉터들이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을 지향한다. 이외에도 ‘제네시스 드롭’을 통해 아티스트가 만든 가상 공간을 NFT(대체불가능토큰) 형태로 판매하는 하는 등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전 세계 Z세대 사로잡은 카메라 ‘스노우’, SNS 버린 배경은
2015년 처음 출시된 카메라 앱 스노우는 네이버 계열사 캠프모바일에서 10대용 메신저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출시 당시에는 SNS 기능에 중점을 뒀으나 이용자들이 카메라 기능을 활용해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즐긴다는 점에 착안해 피보팅에 도전했다.이에 스노우는 커뮤니티 기능을 과감히 삭제하고, 카메라 전용 앱으로 전환했다. 이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SNS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과 경쟁하기보다는 SNS에 활용할 만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부분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스노우는 AR 기능과 얼굴 인식 기능 고도화에 힘을 쏟으면서, AR 카메라 기능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현재 스노우는 해외 이용자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월 이용자 수는 2억명을 돌파해 ‘Z세대 필수 카메라’으로 자리 잡았다.
슬랙, 내부 메신저에서 전 세계 협업 툴 시장 최강자로
세계적인 협업 툴 서비스 ‘슬랙’의 초창기 주요 사업은 게임 개발이었다. 슬랙은 회사 측이 2011년 온라인 게임 ‘글리치’를 개발할 때 여러 도시에서 일하는 개발자들끼리 빠르고 정확한 협업을 위해 만든 사내 메신저였다.회사 측은 글리치가 저조한 성적을 보이자 2012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하지만 내부 협업 툴에 눈을 돌려 상품화에 돌입했다. 내부에서 사용하던 프로그램을 시장에 내놔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슬랙은 2013년 시장에 나왔다.
슬랙은 출시 직후부터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기존 메신저나 이메일과 달리 구글드라이브, 드롭박스 등 외부 프로그램과 연동했고 손쉬운 검색 기능을 도입하는 등 여러 장점을 갖춘 결과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원격 근무가 급증하면서 지난 2년 동안 265%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 1위 클라우드 SaaS(SW서비스) CRM(고객관계관리) 기업인 세일즈포스에 약 30조원에 인수되기도 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슬랙을 유료로 이용 중인 기업은 16만곳이며, 일간 이용자 수는 1000만명을 훌쩍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