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푸틴 요리사부터 유도 친구까지…서방 세계 '올리가르히' 척결 나서

2022-03-0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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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 대상에 푸틴 최측근 올리가르히 포함

유럽, 요트 사냥 깃발 올려

재산 압류 과정 난항 예상도…올리가르히 반응 제각각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 척결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들의 돈줄을 죄어, 옴짝달싹 못하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억만장자 재벌인 올리가르히 다수를 제재 대상에 올리는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백악관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들인 러시아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 19명은 물론 47명에 달하는 그들의 가족과 측근들의 비자를 제한하는 등 제재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 권력층의 불법 재산 압류를 위해 법무부 산하에 전담 태스크포스(TF)도 설치했다. 러시아 조직 범죄 단체와 관련 사건을 처리해온 뉴욕 연방 검사 앤드루 애덤스가 이 특별팀을 이끌 예정이다.
 
美 제재 대상에 푸틴 소꿉친구·요리사 등 최측근 올리가르히 포함 
 

독일 함부르크 조선소에 있는 슈퍼요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제재 명단에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철강왕으로 통하는 알리셰르 우스마노프가 올랐다. 러시아 철강·광물업체인 메탈로인베스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소유주인 우스마노프의 재산은 포브스 집계상 150억 달러(약 18조1050억원)로, 전 세계 억만장자 순위 99위에 올라 있다.
 
유럽연합(EU)은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우스마노프가 "푸틴이 가장 좋아하는 올리가르히” 중 한 명이라고 묘사한다. 미 재무부는 우스마노프가 세계에서 가장 큰 슈퍼요트를 비롯해 전용 제트기 등을 소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의 소꿉친구이자 유도 연습 파트너인 아르카디 로텐베르그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그는 과거 소치 동계올림픽 관련 공사를 수주한 인물이다. 또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교량공사 등 약 9조원 규모의 정부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아르카디 로텐베르그의 동생인 보리스 로텐베르그도 대상에 올랐다. 그는 가스관 전문 건설회사 스트로이가스몬타슈의 주주다.
 
푸틴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세르게이 케메조프도 제재 대상이다. 1980년대 후반 구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푸틴과 함께 근무했던 케메조프는 러시아 국영 방위산업체인 로스텍을 이끌고 있다.
 
푸틴의 요리사 출신인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포함됐다. 요리사에서 군벌로 변신한 프리고진은 해외 분쟁지에 용병을 동원하는 사기업인 와그너그룹을 운영한다. 아프리카 전쟁 범죄 등에 개입한 의혹을 받아 수차례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암살 특명을 받고 용병들을 침투시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유럽, 올리가르히 요트 사냥 깃발 올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EU는 영국, 미국 등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금융·상업·문화·스포츠 제재 패키지의 일환으로 올리가르히의 자산을 정조준하고 있다. 프랑스 재무부에 따르면 510여명에 달하는 러시아 사람이 EU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
 
경제 전문가와 재계 인사들은 올리가르히 제재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념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들의 자산을 압류하는 것은 상징적 효과를 지닌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요트는 올리가르히에게는 힘의 상징으로 통한다. 슈퍼요트 전문가인 마이클 하우어스는 24m가 넘는 요트 1300여척 가운데 100여척이 러시아인 소유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혔다.
 
스톡홀름 자유세계포럼의 선임연구원인 앤더스 아스룬드는 "이것(요트 압류)은 매우 효과적이며, 그들(올리가르히)은 이러한 것들에 매우 짜증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올리가르히의 요트 사냥에 적극적이다. 우스마노프와 이고르 세친의 초호화 요트가 전날 독일과 프랑스에서 각각 압류된 것이 상징적 사례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회장인 이고르 세친은 푸틴의 ‘가장 신뢰받는 조언자이자 친구’로 묘사되곤 한다. 프랑스는 세친과 관련된 요트를 남부 라시오타 항구에서 나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스 당국이 해당 선박이 서둘러 항구를 떠날 준비를 하던 밤에 급습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독일 당국이 함부르크의 한 조선소에서 압류한 우스마노프의 요트 '딜바르'는 동력이 달린 요트 중 세계 최대 규모로 전해진다.
 
그러나 향후 재산 압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스테판 카셀라 전 연방검사는 "미국 정부는 영장을 발부받아 재산을 압류할 수 있지만 법정에서 범죄와의 연관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압류 과정이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제재 움직임은 올리가르히를 흔들고 있다. 러시아의 광산 재벌 알렉세이 모르다쇼프는 성명을 내고 EU가 자신을 제재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전쟁은 "두 개의 친족 국가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제재에 반발하는 이들도 있다. EU 명단에 오른 블라디미르 솔로비예프는 한 TV 방송에서 "나는 그것(빌라 2채)을 샀고, 말도 안 되는 세금을 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태생으로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인 알파은행의 설립자 미하일 프리드만은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재를 규탄했다. 그는 "우리는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기업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다"며 "우리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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