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나 거주용 오피스텔을 지을 때 법정주차대수를 가구당 1대 이상 확보하지 않으면 사업 승인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또 2대 이상 차량을 보유한 가구는 거주지 인근에 차고지를 확보하도록 하는 차고지증명제 도입이 중장기적으로 논의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주택 등 사유지 내 주차갈등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불법 주·정차 중에서도 사유지 불법주차 관련 민원이 폭증하자, 권익위가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경찰청,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제도 개선안이다.
이에 권익위는 근본 해결책으로 법정주차대수 확대를 내놨다. 관계법령을 개정해 아파트, 연립·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과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을 신규 공급할 때 법정주차대수를 세대당 1대 이상 두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택법 시행령' 등에 명시된 '전용면적 60㎡ 이하 0.7대'와 같은 조항은 삭제한다.
권익위 관계자는 "부족할 바에야 넉넉하게 준비하자는 취지"라며 "주택건설사업 승인 단계부터 적용토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임대아파트 등도 예외는 아니다.
또 공동주택 내 주차장은 사유지인데 행정 개입이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간 사유지란 이유로 단속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간접흡연, 층간소음과 같이 사적 영역이지만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행정력을 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주택 청약자가 주거 전용면적 외 선택사항으로 주차 전용면적도 별도 분양받을 수 있게 '주차장 분리분양제'를 도입한다. 주차장 이용을 원하는 청약자에게만 시설비용을 부과해 차량이 필요하지 않은 청약자는 저렴하게 주택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도시와 일본, 홍콩, 싱가포르, 마닐라 등에서 시행 중인 제도"라며 "공동주택 공급 방식 다양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주차장은 시공업체가 소유하고, 원하는 입주자에게 임대도 가능하다. 따라서 입주 당시 주차장을 두지 않았으나 추후 필요해지면 임대 형식으로 가구당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안들은 내년 2월 개선 완료를 목표로 한다.
차고지증명제도 관계부처 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전 위원장은 "이 제도는 수용이 아닌 장기적 정책 제안으로 두고,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구당 차량 1대는 기본으로 하되 2대 이상 신규 구매 시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자체마다 주차공간 여력이 다른 점을 감안해 주차난이 심각한 지역은 주택가 인근 공공시설물과 민간건축물의 부설주차장을 적극 개방하도록 했다. 공공·민간주차장 사업도 병행 추진해 일정 수준의 주차장을 먼저 확보한다.
전 위원장은 "생계형 차량 구매 시에는 행정관청에 개방형 차고지 등을 지정·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도록 제안했다"며 "국민 의견이 정책이나 제도 개선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불편이 줄어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