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경영권의 가치가 다른 재화에 비해 월등하게 높고, 자본주의에서 영리행위를 추구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이고, 사회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식회사의 주주들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의하여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지만 모든 주주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권은 주주가 아니라도 누릴 수 있는 권리이며, 주주총회를 통한 임명 및 해임 또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권리가 결정되기도 한다. 경영자 권리에 따라서는 경영권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되기도 하고, 때로는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참가자 모두는 사생결단의 혈투를 벌이게 되는데, 그 이유는 경영권은 가치가 높기도 하지만 경영권을 빼앗기면 회사경영 또는 대주주 개인재산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는 원인을 살펴보면 ① 지배주주의 낮은 주식소유비율과 경영권 교체에 의한 지배구조의 취약성, ② 재무구조의 부실 또는 영업실적의 부진, ③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잠재증권 등을 과도하게 발행하는 무리한 자금조달, ④ 감사와 이사의 중도 경질, ⑤ 법적인 분쟁의 반복, ⑥ 경영권 양수도 과정의 투명성 결여, ⑦ M&A에 대한 인식전환과 M&A기법 발달, ⑧ 공동경영계약내용의 불명확성과 공동경영에 대한 분쟁 발생, ⑨ 경영권에 대한 소수주주 또는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권리행사, ⑩ 횡령 등 내부통제시스템 운영 미흡, ⑪ 최대주주 또는 경영진,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경영전략 및 방침, ⑫ 주가하락에 따른 인수자금 규모 축소 등을 둘러싼 대립 등이다. 그리고 경영권을 다투는 법적 분쟁은 ① 직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 등 경영자 지위 관련, ② 임시주주총회소집허가신청 등 주주총회 소집 또는 의결권 제한 관련, ③ 주주총회결의 취소청구 및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신청 등 주주총회 결의 관련, ④ 이사회결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 등 이사회결의 관련, ⑤ 신주 또는 주식관련사채 발행금지가처분신청 등 유가증권발행 관련, ⑥ 회계장부 또는 주주명부 열람가처분신청 등 소수주주권 행사 관련사항 등으로 매우 다양하게 진행된다.
주식회사는 영리행위를 추구할 수 있는 인류가 만들어 낸 최상의 도구이며, 최소의 자본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고, 레버리지를 활용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는 유한책임제도가 기본이기 때문에 의무나 책임보다는 권한과 실익을 훨씬 많이 누릴 수 있다. 또한 주식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하게 되면, 자본확충이 쉬워지는 것은 물론 부채에 의한 자본조달 비용도 낮아지고, 자본의 규모도 대폭 확대할 수 있다. 자본의 규모가 확충되는 것과 비례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경영권이 주는 혜택이 많아지다 보니 경영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경영권을 노리는 분쟁은 끊임없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경영권 분쟁에 관련된 전략전술과 법규는 더욱 복잡하고 전문화되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원칙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으면,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가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이다. 이 원칙은 이사나 임원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그 권한 내에서 행위를 하였다면, 그 행위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회사에 대해 그 개인적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이론을 말한다. 이 원칙은 경영권 분쟁으로 횡령죄 또는 배임죄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경영판단의 원칙이 법원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① 이사는 경영상의 결정에 대하여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없어야 한다. ② 이사가 경영상의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경영판단을 했어야 한다. ③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의로 그리고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믿음 속에서, 중요한 정보를 고의로 숨기거나 부정한 목적 또는 도덕적 부정이 없이 경영상의 판단을 하여야 한다. ④ 경영자의 재량권 남용 또는 회사자금의 낭비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⑤ 이사의 직무유기 등이 없이 적법한 이사회의 결의가 있었어야 한다. 경영자가 경영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위험이 수반될 수밖에 없고, 그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다고 하여 사후적으로 책임을 물을 경우에는 회사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 전재되어 있는 원칙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판결의 기준에 있어서 판사의 재량이 개입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사충실의무(Fiduciary Duty)의 원칙이다. 경영판단의 원칙이 기존 경영자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사충실의무의 원칙은 회사경영에 대해 책임이 있는 이사들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이사들의 횡령 또는 배임행위에 대한 소수주주들의 공격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사는 다른 이사와 회사 임직원들의 직무수행을 성실히 감독해야 하고, 이사는 사적 이익을 도모하지 않고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 상황에서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하며, 미공개 중요정보에 대한 이용행위를 금지(내부자거래 등)하고 있다. 그래서 상법에서는 이사의 본인에 대한 보수결정의 금지,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영업종사금지, 회사와 거래행위금지, 회사의 사업기회 또는 자산유용행위의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세 번째는 자본충실의 원칙과 주식양도자유의 원칙이다. 자본충실의 원칙이란 회사의 재산이 부당하게 유출되어 주주의 순자산가치가 희석화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지배주주 또는 경영권 거래에서 대주주의 지위를 갖게 된 주주들과의 경영권 공격의 대상으로 활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가장납입, 자기주식의 취득금지, 회사자산을 활용한 불법적 LBO거래, 가공자본, 순환출자, 이사의 자본충실에 대한 책임소재 등을 묻기 위해 다양하게 활용된다. 또한 주식의 양도는 주주가 투하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주식양도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정관에 의한 양도제한, 권리주의 양도제한, 주권발행전 주식양도제한, 자기주식의 취득제한, 주식 상호주 보유의 제한, 주주간계약에 의한 제한 등은 의결권과 연계하여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네 번째는 주주평등의 원칙이다. 이 원칙은 1주 1의결권의 원칙과 같이 주주는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하며,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권 위협을 받는 기존의 대주주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백기사를 초빙하는 경우에 인수대금으로 납입한 돈을 전액 보전 또는 상당한 이익을 공여해 주기로 약정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소송의 주요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3자배정 유상증자, 차등의결권의 발행, 황금주 등의 의결권과 관련하여 주주평등의 원칙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이며, 법률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정 등 또한 주주평등의 원칙을 벗어나는 규정들이다.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의결권 제한 또는 회복 등에 대한 소송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원칙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경영권 분쟁의 핵심에 속할 정도로 중요하며, 소수주주가 지배주주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종종 활용된다. 오늘날 주식회사는 특히, 상장회사는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주들의 연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주 이외에도 채권자, 종업원, 소비자 등도 이해관계자에 속한다. 지배주주는 이사회를 구성해 임원을 선임 또는 견제를 하고, 회사경영은 전문경영자(집행임원)를 별도로 선임하여 경영을 맡기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집행임원을 선임할 경우 인사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소수주주도 집행임원의 추천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고 주장할 것이다. 이와 같이 되면 회사경영에 대한 지배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학교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