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안정이 이어지며 기업공개(IPO) 시장 역시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공모에는 여전히 막대한 자금이 쏠리는 가운데 그외 공모주들은 두 자릿수 수준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는 모습이다. 공모주 열풍이 한 풀 사그러든 만큼 당분간 업종별 차별화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장비 전문 기업인 비씨엔씨는 이날까지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받은 결과 268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13조953억원으로 최근 공모주 중 가장 높은 규모를 나타냈다. 비씨엔씨는 앞서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이뤄진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18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 역시 희망범위(9000~1만5000원) 상단을 초과한 1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차세대 진단검사 기업인 노을은 임베디드 AI(내장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진단 플랫폼을 내세워 공모에 나섰으나 고평가 우려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진시스템, 수젠텍 등 주요 국내 상장 진단키트 기업이 유사기업에 포함되며 '몸값'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공모 성적이 극명하게 갈린 것은 두 기업만이 아니다. 최근 IPO 시장은 업종에 따라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판이한 성적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공모를 진행한 벤처캐피탈(VC)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각각 20.1대 1, 2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공모를 마무리한 풍원정밀은 희망범위 상단인 1만5200원에 공모가를 확정한 뒤 청약에서 12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청약 경쟁률은 2236대 1로 나타났다.
공모 흥행에 성공한 기업들은 확실한 기술력을 갖춘 소부장 기업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풍원정밀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소재인 파인메탈마스크(FMM)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 국산화 흐름과 함께 향후 성장이 전망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이달 초 청약에서 268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풍원정밀은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센싱 카메라 조립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미래 성장산업으로 꼽히는 자율주행차 시장의 밸류체인에 속해 기대감을 모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막대한 편이나 증시 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공모 기업별로 성적이 차별화되고 있는 흐름"이라며 "업종과 기업가치에 따라 앞으로도 이런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