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한달] 앞으로가 더 걱정…고용부, 벌써 업무 과부하

2022-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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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발생 후 압수수색에만 30~50명 투입

50인 미만으로 법 확대되면 인력 충원 불가피

급성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지난 18일 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두성산업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두성산업 급성 중독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처음 확인된 직업성 질병에 의한 중대 산업재해다. 노동부 직원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에 업무 과부하가 걸렸다. 발생하는 굵직한 사고마다 압수수색 인력이 필요한 데다 감독관의 수사 경험이 부족해 내부 피로도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21일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달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출범하는 등 본부 조직을 개편하고 지방노동관서에 7개의 광역중대재해관리과를 신설했다. 
수사 근로감독관을 포함한 고용부 산업안전감독관은 총 814명이다. 최근 2~3년 사이 2배 이상 규모가 늘어난 것이며, 현재 정원 중 90% 이상을 채웠다.

그러나 중대재해 전담 근로감독관 110명과 디지털 포렌식 등 과학 수사 기법 전문 인력 7명으로는 수사 수요를 감당하기 벅찬 게 현실이다. 이들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수사 인력은 제한적인데 중대재해 사고가 나흘에 한 번꼴로 발생하면서 고용부의 업무 부담은 과도하게 커졌다. 중대재해법 적용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크고 초기 수사가 중요한 만큼 일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수사에 비해 최대 10배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고용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11일 양주시 채석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삼표산업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45명을 삼표산업 본사에 투입해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입증을 위한 증거 확보에 나섰다. 

이는 지난달 29일 양주사업소 현장사무실을 대상으로 30명을 투입해 압수수색한 후 두 번째로 실시한 강제수사다.

여천NCC 공장 폭발사고와 창원 제조업체 급성 중독 사고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중대산업재해 수사 담당 근로감독관과 디지털포렌식 근로감독관 등 30여 명이 증거 확보에 나섰다.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고용부 본부와 현지 직원들의 업무 과중으로 인한 부실 대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하루에 2건 이상 중대재해 처벌 사안이 발생하면 제대로 된 현장조사와 중대재해법 적용이 가능한 물증 확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828명이 사망한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법 적용을 검토할 만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2024년 1월까지 유예된 근로자 5~49인 사업장으로 확대되면 지금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발생한 사망사고 중 80%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고용부 내부에서는 서둘러 인력을 확보하고 전문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대재해 전담 근로감독관이 되기 위해서는 수사 교육과 직장 내 훈련 등 총 6개월간 교육 기간이 필요한 만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이후 혼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대형 사고가 많이 발생했지만 아직 중대재해법 시행 초기인 만큼 상반기까지는 추이를 지켜보고 필요한 인력 충원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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