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안전·보건 의식이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법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발생한 7건의 중대재해를 대상으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법 시행 직후인 1월 29일 삼표산업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를 시작으로 △판교 신축공사장 승강기 추락 사고(2월 8일) △여천NCC 공장 폭발(11일) △한솔페이퍼텍 차량 전복 사고(11일) △세종~포천 고속도로 현장 추락 사고(16일) △창원 제조업체 급성중독 사고(18일) △고성 조선소 추락 사고(20일) 등이 발생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사고 위험이 높은 사업장 2만3000여개를 선제적으로 지정, 특별관리에 들어간다. 사후대응보다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800여명의 인력으로 2만개가 넘는 고위험 사업장을 감독하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참사를 막을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전남 여수시을)이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산단 연혁별 중대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2월 현재까지 최근 6년간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관리하는 64개 산업단지에서 126건의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조성 20년 이상된 노후 산업단지의 중대사고가 123건으로 97.6%를 차지했다. 중대사고로 인한 사상자(전체 230명)도 20년 이상된 노후 산단(226명)에 집중돼 있다.
산단 사고의 대부분은 설비 노후화와 위험의 외주화로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한 안전 대책과 특별법 제정 등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모호한 법 기준을 보다 명확히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법에서 명시한 경영책임자 개념과 범위가 불명확한 데다가 재해 범위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법 시행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현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원청이 책임져야 할 도급, 용역, 위탁 등의 범위가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어 원청의 책임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채희태 연구원은 "정부는 기업의 다양성과 중대재해사고의 복잡성을 고려해 사례별로 구체적인 면책 기준을 분명히 해야 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기업은 안전보건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설정하고 정부의 예방정책과 지원사업을 활용해 법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