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디지털 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IT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인재 확보를 전담하는 채용 담당자를 별도로 두거나 디지털·ICT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의사를 채용 과정에 반영해 실제로 필요한 기술 인재를 선발하는 식이다. 과거 인사 담당자들이 일괄적으로 직원을 선발하고 각 부서에 배치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그러나 정작 실력 있는 개발자들은 은행 근무를 꺼리는 경향이 강해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디지털 전문 리크루터를 모집하고 있다. 디지털 전문 리크루터는 디지털 분야 인재를 발굴하고 영입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디지털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프로세스도 새롭게 수립하는 역할도 맡는다. 플랫폼·빅테크 기업 근무 경력을 우대 조건으로 정했다. 이는 IT업계에서 개발인력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IT 개발자 영입전이 치열한 포털·게임 업계에선 개발인력 영입을 위한 인사 담당자를 별도로 두는 경우가 흔하다. 경쟁사에 근무하는 유능한 개발자를 데려오기 위해서다. 금융권에서도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포착된 건 그만큼 IT·디지털 부문 인력을 구하는 게 시급하다는 의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ICT, 디지털 부문은 최근 수시채용이 강화됐고, 관련 인력을 많이 뽑는 추세"라고 말했다.
NH농협금융그룹은 농협금융지주 디지털전략부와 농협은행 기업디지털플랫폼부에서 각각 데이터사업 기획 전문가, 기업뱅킹 앱 개발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에도 뱅킹, 카드 앱을 개발하는 IT 부문 전문직을 다수 채용했다.
올해 마이데이터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은행 업무 확대 등으로 시중은행들이 IT 인재 확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실력 있는 개발 인력들이 은행 근무를 꺼려 인재 확보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디지털 인력들은 빅테크·플랫폼 기업에 남아 커리어를 쌓고 싶어하지 은행에서 근무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고 이직으로 몸값을 높이는데, 은행 근무는 경력으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