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개인대출 넘어 기업대출까지 영역 확장…경쟁 시작됐다

2022-02-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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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뱅크]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최근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사업자를 위한 대출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사업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에 한정돼 있던 인터넷은행들의 영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의 비대면화를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양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오는 2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최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은 챗봇과 카카오톡 대화를 하듯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의 전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진화한 고객 인터페이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 출시될 카카오뱅크 주담대는 KB시세 기준 9억원 이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소재 아파트를 대상으로 주택구입 자금, 기존 주택담보대출 대환, 생활안정, 전월세보증금반환 대출 등을 취급한다. 대출 가능 최대 금액은 6억3000만원이다. 대출 금리는 최저 2.989%(변동금리, 14일 기준)이며 대출 기간·거치 기간·상환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상환 방법은 '원금 균등 분할'과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방식 중 선택한다. 올해 말까지 중도상환수수료는 전액 면제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카카오뱅크는 올해 하반기 중 개인사업자 대상 금융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상품 라인업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윤호영 대표는 “개인사업자를 위한 금융시장은 아직 비대면 금융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라면서 “개인사업자 수신 및 대출 상품을 통해 기업 시장 진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앞서 토스뱅크는 지난 14일 비대면으로 신청부터 실행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하며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출시에 나섰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전면 비대면으로 무보증·무담보 개인사업자 대출에 나선 것은 토스뱅크가 처음이다.

토스뱅크 개인사업자 대출의 최저금리는 연 3% 초중반(변동금리)이며, 최대 한도는 1억원이다. 상환 방식은 만기일시 혹은 원리금균등 중 선택할 수 있다. 대출기간은 최소 1년부터 최대 5년이며(만기 시 연장가능), 언제 갚는다고 해도 중도상환수수료는 무료다.

토스뱅크 대출 이용대상은 실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다.  개인이 사업자대출을 이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사업자등록번호를 보유하고 1년 이상 실제 사업을 영위하거나 최근 6개월 이상 매출액이 발생해야 이용 가능하도록 했다. 토스뱅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용평가모형은 소상공인에 특화된 심사기준을 반영해 한도와 금리를 산정한다. 토스뱅크 측은 "매출 규모가 크고, 수입이 정기적일수록 금리와 한도에서 우대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3대 인터넷은행 중 하나인 케이뱅크 역시 본격적인 라인업 강화에 나선다. 당장 올해 1분기 중으로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먼저 신용보증재단과 협력해 보증 기반 상품을 출시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신용 기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낮춰 기존 대출자의 '고정금리 갈아타기' 고객들의 눈길 잡기에도 나선 상태다. 케이뱅크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는 연 4.00%에서 연 3.50%(14일 기준)로 낮췄다. 은행연합회 공시 기준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담보대출 고정금리 상품의 최저금리가 연 3.7~4.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케이뱅크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0.2~0.5%p가량 낮은 셈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며 이자에 대한 부담과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고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금리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터넷은행들이 이처럼 앞다퉈 대출상품 라인업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당국의 고강도 규제 속 기존 가계대출, 특히 신용대출만으로는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에 치우친 상품 구조를 다변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인터넷은행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총대출금액이 2억원을 넘어설 경우 은행권 기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로 적용돼 대출 한도를 축소시키는 차주별 DSR규제를 시행했고, 오는 7월부터는 1억원 이상 전체 차주 대상으로 DSR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앞으로 신용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동안 인터넷은행들의 수익은 신용대출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지난 4분기 신용대출 잔액이 3000억원 감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용대출만으로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담대와 개인사업자 대출 등으로 대출 라인업을 확장해가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인터넷은행을 대상으로 한 당국의 규제 완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다. 금융위는 최근 인터넷은행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취급 활성화를 위해 예대율 체계·대면 거래 예외 규정을 정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은 가계·중소기업 대출을 균형 있게 취급하고 일반은행과의 규제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예대율 규제가 단계적으로 정상화된다.

인터넷은행들은 또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을 늘려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당초 인터넷은행은 설립 당시부터 기존 은행권에서 대출하기 어려웠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공급하는 것을 설립 취지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영업 이후 고신용층 위주의 대출 영업에 집중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리라는 주문을 받기도 했다. 인터넷은행 3사는 올해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25~42%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 움직임 속 인터넷은행들이 라인업을 확대하고 대출시장 공략에 나섬에 따라 기존 시중 은행들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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