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대선이다] '文 vs 尹' 구도로 재편된 대선…'盧트라우마' 부상에 대선판 요동

2022-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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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 케이 호텔에서 열린 '공정과 국민통합의 대한민국-전북과 함께!' 신년인사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분노'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향하면서 '현직 대통령과 제1야당 후보의 충돌'이라는 사상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선 20여일을 남기고 대선정국은 '이재명 대 윤석열'에서 '문재인 대 윤석열'로 급속도로 재편됐다. 

특히 문 대통령이 대선 막판,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은 '현 정권=적폐집단'으로 먼저 규정한 윤 후보가 정치적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것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0일 문 대통령의 메시지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 전략이라면 저열하고, 소신이라면 위험하다"고 직격했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대선판에 참전한 만큼, 양 진영은 극한 진영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盧트라우마' 자극한 尹 '적폐청산 수사' 공언
 
윤 후보는 전날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 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공언하고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라고 반문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자기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계승자라고 하는데, 그것은 사기"라는 발언 등을 쏟아냈다.
 
청와대는 그간 '대선 중립'을 이유로 윤 후보의 의혹 등에 대한 논평이나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이 윤 후보의 '범죄' 발언에 극도의 모욕감과 분노, 당혹감 등을 느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검찰총장을 지내며 현 정부 적폐청산 및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이끌었던 윤 후보가 그 노력을 한순간에 부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 후보의 발언이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진영이 갖고 있는 '노무현 트라우마'를 건드렸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검찰을 동원해 정치보복을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끝내 서거에 이르게 했다는 인식이다. 
 
민주당 역시 윤 후보의 발언을 '검찰 쿠데타', '망언' 등의 표현을 써가며 총공세에 나섰다. 윤건영‧김의겸‧정태호 등 청와대 출신 친문계 의원 20명은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윤석열의 망발은 대한민국을 '검찰 국가'로 만들겠다는 다짐"이라며 "대선 승리로 대한민국과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親文·反文 급속 결집할 듯···"위험한 도박"
 
그러나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재경전라북도민회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께서도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없는 사정을 강조해 오셨다"고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도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대해선 법과 원칙, 공정한 시스템에 의해서 처리돼야 한다는 말씀을 늘 드려왔다"며 "그런 면에 있어선 문 대통령과 저는 똑같은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석열 사전에 정치보복이란 단어는 없다"면서 "이걸 확실히 하기 위해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떠한 사정과 수사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지난 여름부터 말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충돌로 '친문 지지층'이 급속도로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문 대통령의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윤 후보에게 '박빙 열세'에 있는 상황에서,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의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역설적으로 '반문 진영'이 뭉치고 정권교체론이 더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임병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는 "이 후보가 지지율의 한계를 보이면서 상황이 어려웠는데 윤 후보의 인터뷰를 계기로 문 대통령이 뛰어든 것 같다"면서 "본인의 높은 지지율을 통해 여권 결집을 유도한 것이지만, 정권교체론이 강해질 수 있다"며 일종의 '위험한 도박'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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