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세계경제 절반은 긴축"…유동성 시대 종말 가속화

2022-02-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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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의 고삐를 당기는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유동성 시대와의 이별을 빠르게 고하고 있다. 예상치를 웃도는 물가가 경기회복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대비 7.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1982년 6월 이후 40년래 최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자체 조사에 참가한 경제학자들이 오는 10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될 올해 1월 CPI 역시 지난해 대비 7.3% 상승해 1982년 초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1월 비농업 고용지표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연준의 금리인상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물가에 긴장하고 있는 것은 미국뿐만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 유로존 1월 인플레이션에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3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정말 달라졌다"면서 "유로존의 물가 상승이 보다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앞서 지난해 12월 예상보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인정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을 재확인했지만, ECB 성명에서는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와 "향후 통화정책이 양방향(기준금리 인상 또는 인하)으로 갈 수 있다" 등의 통화 완화정책을 지지하는 문구가 사라졌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지난 3일 2004년 이후 처음으로 두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신흥국들은 이미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금리 조정에 들어갔다. 신흥국들보다 더 안정된 국가인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20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러시아 역시 지난해 12월 7번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하며 4년래 최고 수준으로 금리를 끌어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긴축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국가들 중 하나인 브라질의 중앙은행은 지난 3일 지난해 이후 세 번째로 기준금리를 1.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각국이 긴축 기조로 돌아서면서 JP모건체이스 경제학자들은 금리를 인상한 국가들이 크게 늘어 전 세계 평균 금리가 올해 말까지 2% 수준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블룸버그는 5일 밝혔다. 이들은 현재 금리를 인상한 국가들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5%를 차지하고 있지만, 4월까지 이 비율은 절반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이어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도입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주요 7개국(G7)들의 대차대조표 합계가 올해 중반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디티야 비하브 뱅크오브아메리카 경제학자는 "상황이 바뀌었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급등한 가운데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시작했으며, 대차대조표 축소에 들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과정에서 코로나 동안 금융시장을 부양한 풍부한 유동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 세계 지수는 올해 들어 약 5% 하락했으며,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채권 금리는 올라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정책입안자들이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고 있지만, 긴축 정책의 정도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는 정책입안자들이 코로나보다 인플레이션이 경제성장률 둔화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며 강력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JP모건 경제학자들은 실업률이 줄어들고, 오미크론 변이가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서비스업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임금과 물가가 서로의 상승세를 이끌며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를 통해 전망했다.

한편 다른 사람들은 공급망 차질 등 통화 정책 외에도 여러 요소가 물가를 높이고 있는 만큼, 섣불리 긴축 정책으로 돌아설 경우 오히려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급망이 회복되고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며 시장이 냉각되면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어 오히려 금리가 과도하게 인상된 것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마주한 중앙은행들은 투자자들에게 계획을 명확하게 전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금리 정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 연준의 금리 정책 전망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주요 은행들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는 3월 회의에서 인상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향후 금리 인상 계획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는 데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리가 일곱 차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 횟수 외에 금리 인상폭 역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세계 주요국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주택시장의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캐나다 금융기관감독국의 피터 라우트레지 국장은 최근 팟캐스트에 출연해 일부 시장의 주택 가격이 20%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라우트레지 국장은 "가격이 급격히 오른 일부 지역은 10%, 20%의 하락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캐나다는 뉴질랜드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주택 시장이 과열됐다. 물론 주택 가격의 상승은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영국의 부동산가격지수는 11.2% 상승하면서 1월 기준으로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주 역시 주택시장 과열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집값은 1989년 이후 가장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미국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에도 집값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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