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야기] 전설의 '각 그랜저', 7세대 살아있는 전설로 재탄생할까

2022-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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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6세대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올해 하반기 7세대 모델을 출시한다. 그랜저는 36년 동안 ‘회장님 차’, ‘상무 차’, ‘아빠 차’, ‘오빠 차’ 등 그 시대에 어울리는 옷을 입으며 자동차 포지셔닝에 성공한 대표 모델이다. 그러나 이번 7세대는 SUV 열풍부터 전동화 흐름까지, 이전과 크게 달라진 환경으로 포지셔닝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그랜저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언제나 그랬듯이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7세대는 그랜저의 성공 요인이었던 1세대 헤리티지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에 날개 달아준 ‘각 그랜저’
1986년에 태어난 1세대 그랜저는 시대적 배경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당시 ‘포니’를 앞세워 국내 소형차 시장을 휘어잡았던 현대차는 중형차 시장에서 ‘로얄’ 시리즈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갈구하고 있었다. 마침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의 개최로 고급차 수요가 무르익던 시기에 현대가(家) 특유의 개척자 정신이 발동하며 그랜저 개발을 결심한다.

그러나 고급차 개발이 전무했던 현대차에 독자 개발은 언감생심이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 기술을 이식해 줄 기술 파트너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때마침 미쓰비시가 고급 세단 ‘데보네어’ 완전변경을 준비하던 것을 간파, 현대차는 미쓰비시에 데보네어 개발비 일부를 부담하겠다는 제의를 하면서 그랜저 개발을 극적으로 성사시켰다.
1세대 그랜저는 현대차가 디자인을 맡고 미쓰비시가 구동계와 섀시 등을 담당했다. 최고출력 120마력에 최대토크 16.2kg.m, 엔진은 전자제어 연료분사의 MPI 시리우스 1997cc, 5단 수동변속기를 갖춰 당시 기준으로 어마어마한 스펙이었다.

여기에 국내 첫 오토에어컨, 크루즈 컨트롤, 파워 스티어링, 파워 윈도, 전동식 미러 등 난생처음 보는 사양들을 대거 장착해 시장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크루즈 컨트롤은 지금과 기능 차이가 크지만, 접목을 시도했다는 자체만으로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다.
 

1세대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디자인도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90도 각 잡힌 골격은 격조와 위엄의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 MZ세대에게도 통용되는 ‘전설의 각 그랜저’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서울 아파트 한 채에 버금가는 가격도 화재였다. 초기 모델은 1690만원이었지만, 1987년에는 2351cc 직렬 4기통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의 그랜저 2.4를 2550만원에, 1989년에는 2972cc V6 엔진과 국산차 최초의 ECS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그랜저 3.0을 2890만원에 내놨다. 자동차 부품의 낮은 국산화율과 특별소비세부터 부가가치세까지 고가 세금 부과에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그랜저는 불티나게 팔렸다. 고급차에 목말랐던 국내 자동차 시장 수요를 정확히 꿰뚫어본 결과다. 1세대 그랜저는 1992년 2세대가 등장하기까지 총 9만2571대를 판매하며 현대차의 비상을 견인했다.
 

1세대 각 그랜저 디자인을 반영한 7세대 그랜저 예상도. [출처=뉴욕맘모스]

1세대 헤리티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다
그랜저는 세대를 거듭해도 1세대 DNA를 잃지 않았다. 현대차가 ‘다이너스티’와 ‘에쿠스’부터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까지 그랜저를 최고급 세단의 자리에서 인위적으로 끌어내렸지만, 시장에서는 그랜저의 지위에 변함이 없었다. 1세대에 각인된 고급 이미지에 소비자 요구를 민첩하게 파악하며 젊고 역동적인 그랜저로 변신을 거듭한 것이다. 2019년 “우리 성공하면 뭐할까? 그랜저 사야지”라는 광고 메시지만 봐도 1세대 ‘성공의 아이콘’이 수십 년을 이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현대차가 공개한 그랜저 전기차 콘셉트카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1세대 각 그랜저 디자인을 살리면서 픽셀 디자인의 램프로 현대적 감성을 가미한 콘셉트카다. 그릴과 휠, 몰딩도 1세대의 정체성을 반영해 뉴트로(뉴+레트로) 요소를 구현했다. 그랜저의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를 재강조하는 대목이다.
 

1세대 각 그랜저 디자인을 반영한 7세대 그랜저 예상도. [출처=뉴욕맘모스]

흥미로운 사실은 2019년 현대차가 EV 콘셉트카 ‘45’를 공개한 이후에 첫 번째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를 콘셉트카와 매우 유사한 형태로 출시한 것이다. 포니의 헤리티지를 이어받았다는 콘셉트카를 아이오닉5로 승화하면서 7세대 그랜저의 1세대 계승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직까지 7세대 디자인 정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시장 기대감을 반영하듯 신형 모델 예상도는 쉬이 확인할 수 있다. 신차 예상도 전문 채널인 ‘뉴욕맘모스’는 7세대 그랜저에 1세대 특징을 군데군데 넣어 친숙함을 부각했다. 전면부는 6세대 그랜저의 캐스케이딩 그릴 대신 다목적차량 ‘스타리아’에서 선보인 메쉬 패턴 그릴로 바뀌었다. 후면 디자인도 곡선을 최소화하고 깎아지른 각 그랜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자동차 유튜브 채널 ‘하이테크로’의 7세대 그랜저 역시 전통적인 수평 트렁크 리드와 일자 리어 디자인에서 각 그랜저의 향기를 묻어나게 한다.

현대차는 최근 ‘아반떼’, ‘쏘나타’ 등 내놓은 신차마다 파격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 6세대 그랜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완전변경에 가까울 정도였기에 풀체인지 디자인이 절대 밋밋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가 헤리티지 시리즈에서 선보인 1세대 그랜저 전기차 버전. [사진=현대자동차]

대형으로 격상, 가격경쟁력은 고민
업계 일각에서는 그랜저의 차체 변화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준대형에서 대형으로 크기를 크게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는 플래그십 라인업에 대한 현대차의 고민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2014년 그랜저를 기반으로 한 상위 차급 ‘아슬란’을 출시해 플래그십 모델의 다양성을 꾀했다. 그러나 아슬란은 그랜저보다 상위급이라는 인식 부여에 실패하면서 2018년 단종에 이르고 만다. 그랜저를 대형으로 격상한다면 제네시스로 옮겨가는 징검다리 역할은 물론, 새로운 준대형 세단의 탄생도 예상할 수 있다. 현대차의 차급 격차가 촘촘히 메워지며 자연스레 제네시스의 판매 시너지도 낼 수 있다.
 

1세대 각 그랜저 디자인을 반영한 7세대 그랜저 예상도. [출처=하이테크로]

다만 대형으로 올라가면서 가격대가 크게 높아진다면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부여한 가격 메리트의 훼손은 피할 수 없다. 그랜저는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가격 포지셔닝을 매우 잘한 차종으로 평가받는다. 이만한 가격대면 나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중산층의 로망을 정확히 투영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도 그랜저가 가진 가격대 메리트를 잘 알고 있기에 적정 수준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제조사마다 SUV 흥행에 주력하다 보니 7세대 그랜저가 가지는 상징성이 더욱 커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자인은 큰 변화를 보일 것이며, 다양한 첨단기능 장착에 전기차 라인업 확장까지 역대급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7세대 그랜저의 파워트레인은 2.5 가솔린, 3.5 가솔린, 3.5 LPi, 1.6 터보 하이브리드, EV(전기차)로 점쳐진다. 특히 전 라인업 8단 자동변속기 단일화가 이뤄져 하이브리드 최초의 8단 자동변속기라는 이정표도 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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