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동산R114의 자료를 분석하면 지난해 경기·인천 청약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 중 9개가 건폐율 10%대의 단지였다. 청약경쟁률 2위(617 대 1)를 차지한 ‘위례자이더시티’(약 20%)를 제외하고는 모두 건폐율이 10%대다.
평균 718 대 1로 청약경쟁률 1위를 차지한 ‘과천지식정보타운린파밀리에’의 건폐율은 약 13%이다. 이어 경쟁률 3위(109 대 1) '화성동탄2제일풍경채퍼스티어'는 건폐율이 약 11%, 4위(70 대 1)인 ‘GTX운정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는 약 18%의 건폐율을 기록했다.
건폐율이란 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 비율을 뜻한다. 건폐율이 낮을수록 전체 대지면적에서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진다. 건폐율이 20%인 단지를 예로 든다면 이 단지에는 전체 대지면적의 20%만 건물이 들어선다. 나머지 80%는 트인 공간으로 남는데 이 공간에는 주로 녹지나 운동시설, 놀이터, 부대시설 등 주거 인프라로 채워진다.
또한 건폐율이 낮은 단지는 동 간 거리가 멀어지며 조망권과 일조권 확보에도 유리해진다. 사생활 보호도 장점이다. 특히 최근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쾌적한 환경을 찾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건폐율은 집값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건폐율 9.7%로 인천 송도지역 최초 한 자릿수의 건폐율로 시공된 ‘송도더샵그린스퀘어’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12일 11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인근 건폐율 13%대의 ‘송도베르디움더퍼스트’ 전용 84㎡의 신고가(2021년 9월)가 1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1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두 단지 입지와 규모는 비슷한 상황이며 송도베르디움더퍼스트의 입주 시기가 오히려 3년 늦었다. 건폐율이 매매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건폐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넓은 땅을 사용하거나 고층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은 땅값이 비싸고, 지을 수 있는 땅이 제한돼 있어 건설하는 땅을 넓혀 건폐율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한강변 아파트들이 층수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이유도 건폐율과 일부 연관돼 있다. 용적률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층수를 높게 올리더라도 분양 물량은 늘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용적률 내에서 층수를 높인다면 건폐율을 낮춰 단지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특히 한강변은 층수가 높아지고 건폐율이 낮아지면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단지가 많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인근 부동산 업자들에 따르면 한강 변 아파트는 동일한 조건이라도 한강 조망 유무에 따라 집값이 수억원가량 차이가 나기도 한다.
최근 서울시는 한강변의 아파트 첫 동을 15층까지만 올릴 수 있게 했던 층고제한과 서울시내 아파트 최고 높이 35층 이하 제한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최대한 많이 지어 빽빽하게 들어선 이른바 '닭장아파트'를 바라는 사람은 강남에 아무도 없다"며 "주민들은 고급스럽고 여유로운 주거환경을 만들어 아파트 가치를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용적률을 높여주겠다고 했던 공공재건축 등 공공주도 사업에 강남지역 아파트가 참여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실제로 강남권 아파트들은 20% 미만의 낮은 건폐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래전에 지은 아파트도 그렇고 비교적 신축아파트도 그렇다. 2004년 준공한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건폐율은 불과 9%에 불과하다. 18년 된 아파트지만 여전히 삼성동 랜드마크 중 하나로 꼽힌다. 사업부지 중 88%에 해당하는 2만8387.92㎡를 녹지로 조성했는데 이는 잠실 축구장 4배 크기로 알려졌다.
서초구 반포동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래미안퍼스티지도 12%대의 낮은 건폐율을 자랑한다. 단지 안에는 3300㎡(1000평)이 넘는 대형 인공호수가 꾸며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반포자이(13%)와 잠원동 아크로리버뷰(15%), 아크로리버파크(19%)도 건폐율이 낮은 편이다.
송파구 잠실에도 잠실엘스(16%)와 리센츠(15%), 트리지움(14%), 레이크팰리스(14%), 파크리오(14%) 등이 건폐율이 낮다.
낮은 건폐율이 집값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고려할 만한 요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건폐율이 높으면 동간 거리가 좁고 외관상으로 단지가 답답해 보여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꺼리는 경우가 많다"라며 "수요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할 경우 그만큼 가격 상승도 제한돼 같은 생활권이라면 건폐율이 낮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