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26% 증가한 5098억 달러(약 607조6816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연간 반도체 매출이 5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성장률 26%도 IC인사이츠가 시장 전망치를 집계한 이후 8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용 부회장 복귀 이후 반도체를 관할하는 DS부문장을 김기남 현 삼성종합기술 회장에서 경계현 사장으로 교체했다. 과감한 '세대 교체'를 통해 이 부회장이 앞서 공언한 '반도체 2030 비전'의 초격차를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 투자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미국 오스틴 제1공장에 이어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를 투입해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에 필적하는 미세공정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세계 넘버원인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새로 DS부문장이 된 경 사장이 1988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 D램 설계, 플래시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해온 만큼 올해 삼성전자는 100조원 매출에 버금가는 질적 성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경 사장은 취임 후 구성원들에게 첫 인사말로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을 통해 기술이 강한 회사로 도약하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도 올해 50조원을 넘어서는 매출을 기록하며 또 한 번 연간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특수가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앞선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최근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로 실적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유력하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CES 2022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수요가 굉장히 견조하고,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대대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10년 전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현재까지 매년 조 단위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고, 특히 최근 5년간 매년 10조원 안팎의 투자를 단행했다. 2015년과 2018년, 2021년 3년마다 M14·M15·M16 공장을 신규로 준공하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특히 올해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한 첫 삽을 뜰 것으로 예상돼 SK하이닉스 몸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3분기 기준 SK그룹 전체 매출에서 28%를 차지하는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670억원을 넘을 것이 유력시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 신기록이 유력하다"며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여전히 난제지만 양사가 각자의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정상급인 'K-반도체'의 저력을 입증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