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ESG-외국에서 배운다]③석유 대신 바람 타고 '에너지' 회사로...로열더치쉘

2022-01-1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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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기름 유출 사고에 국제사회 비난 직면하기도

'악덕 기업' 오명 위기 속 ESG 강화...여러 사회공헌 노력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풍력·태양광·수소 등 다각화

[데일리동방]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항목으로 떠올랐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같은 재무지표로 기업을 평가하던 과거와는 달리 기업이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느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ESG 전담위원회를 만들고 사회공헌 부서를 확장하는 등 ESG 총력 태세에 나서고 있지만 ESG 평가에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 미국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지속가능한 미래에 필요한 ESG 경영 방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좋은 기업으로 일컬어지는 외국 기업들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사진=로열더치쉘 페이스북]


"더 이상 석유회사로 불리는 걸 원치 않습니다. 우리는 훨씬 더 정교하고 통합된 에너지 기업이며, 석유보다 비석유 부문을 더 빠르게 성장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벤 반 뷰어든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0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넷 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1907년 설립 이후 115년 동안 줄곧 석유화학 분야 선두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글로벌 석유회사의 수장이 내놓은 이 발언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쉘은 이미 지난 2016년 5월 ‘신에너지(New Energies)’ 부서를 발족했다. 수소, 전기차 충전, 신재생에너지 등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관련 투자 규모를 점차 늘리고 ESG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하면서 중간 점검도 이어가고 있다. 주력 사업인 석유·석탄 비중을 줄이고 풍력 중심 재생에너지 회사로 거듭날 채비를 하는 모양새다. 

◆'악덕 기업' 낙인 찍은 기름 유출 사고...사회 공헌 강화 계기로

쉘은 오랜 시간 동안 '악덕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나이지리아 원유 유출 사고로 막대한 환경 피해를 입히고 그 책임을 회피했다는 평가 탓이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석유 생산국으로, 남동부 니제르강 삼각주가 주요 기름 생산지로 꼽힌다. 쉘은 1958년부터 이 지역에서 유전 개발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사건은 2008년과 2009년에 일어났다. 나이지리아 니제르 델타의 보도 지역에 기름 수천배럴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름이 두 달 넘게 유출됐지만 어떤 초기 대응도 없었다. 심지어 기름을 훔치려는 주민들이 송유관을 절단하는 과정에서 생긴 사고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글로벌 환경단체는 지난 50년간 니제르강 삼각주로 유출된 기름이 5억 4600만 갤런(약 20억 6600만ℓ)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당시 유출된 기름이 아직까지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기름 유출 사고는 여전히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갯벌이 오염되면서 생업을 포기하고 일부 주민은 강제 이주를 떠나야 했다. 지금도 매년 1만 6000명의 아기들이 오염으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네덜란드 합작 정유회사인 로열더치쉘이 기존 석유 사업에서 벗어나 전문 에너지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수소, 태양광, 전기차 충전기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사진=로열더치쉘 유튜브]


수십년간 이 지역에서 석유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남겼으면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자 쉘에 '악덕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고 대규모 소송이 벌어졌다. 2013년 쉘의 모기업이 소재하고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이 모기업에 무죄를 선고하고 모든 책임을 자회사에게 떠넘기자 비난 여론은 더 커졌다.

국제사회의 지적이 잇따르자 쉘은 마침내 지난 2015년 보도 지역 주민 1만 5600명에게 3300달러씩, 지역 기금으로 3000달러를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유출 사고 이후 처음으로 피해자 전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나이지리아 지역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쉘이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ESG 보고서에도 '나이지리아' 항목을 따로 게재할 정도다. ESG 보고서는 에너지 전환 전략, 지속가능 리포트, 스카이 시나리오, 산업 협력 기후 리뷰, 세금 기여 리포트, 퍼포먼스 데이터, 지속가능 순위, 나이지리아 원유 유출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나이지리아 항목에서는 나이지리아 현지 자회사(SPDC)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유출된 기름, 유출 감지 시점부터 정화, 개선 완료, 정부 규제 기관의 인증을 받을 때까지 관리 진행 상황을 추적한다. 니제르 삼각주의 토양과 기후 조건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기름 유출 정화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채택해 활용한다.

이와 별개로 쉘 지속가능 보고서에서 1995년부터 기름 유출 통계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 진출한 글로벌 정유회사 가운데 기름 유출 관련 데이터를 게시한 회사는 쉘이 처음이다. 나이지리아 대표팀에 해저 훈련 시설을 기증하거나 고등교육신탁기금을 조성해 고등 교육에도 지원하고 있다.
 
◆M&A로 '에너지 회사' 체질 개선..."한국 기업도 대비해야"

쉘이 친환경 기반 ESG 정책을 강화한 데는 자구적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유럽연합(EU)의 친환경 기조가 한 몫 했다. 파리기후협정에 부합하는 배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던 가운데 네덜란드 법원이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지난 2019년 수준 대비 45% 줄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당초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 축소하겠다는 쉘의 자체 계획보다 훨씬 강화된 내용이다. 
 

쉘은 2023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6년 대비 8% 줄이는 등 점차 줄여나가 2050년까지 넷 제로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쉘은 ‘석유·가스’ 회사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연간 3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투자금 중 80%는 전력 부문에 집중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석유와 석탄의 비중을 줄이면서 저탄소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풍력·태양광·수소를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및 저탄소 기술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체질 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사업이 석유·정유 부문인 만큼 인수합병(M&A)을 통해 부족한 포트폴리오를 채우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영국 전기가스 공급사인 퍼스트 유틸리티(First Utility)와 뉴 모션(New Motion)을 인수했다. 네덜란드 소재 전기차 충전업체인 뉴 모션은 유럽 최대 전기차 충전소 업체다.  

풍력과 태양광 기반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2019년 11월에는 프랑스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업체 에올피(Eolfi)를 인수했다. 호주 퀸즐랜드에 약 40만개의 태양광 패널을 갖춘 120MW 규모의 산업용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를 건설할 전망이다. 자회사를 통해 자회사를 통해 인도 벵갈룰루에 본사를 둔 태양광패널 제조업체 '오브 에너지(Orb Energy)' 지분 20%를 취득했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는 동남아시아와 오만, 미국 등에 확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9년에는 향후 15년 이내 세계 최대의 전기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풍력이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존 '석유' 기반에서 '풍력'으로 전환 목표를 삼은 것이다. 향후 10년 내 네덜란드 북부에 풍력발전을 기반으로 하는 대규모 그린 수소 발전단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영국과 유럽,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는 수소 충전소를 설치하는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전력사인 MP2사의 인수 계약을 통해 전력 산업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수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경제 특성상 중화학 공업·제조업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소비량이 높다"라며 "해외 ESG 사례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나 친환경 재생에너지 쪽으로 전환하는 세계 추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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