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사건 적체 현상 해결에 대해 법원과 법조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법원은 '상고허가제 부활'을 주장하는 반면, 법조계는 '하급심 내실화'를 전제로 '대법관 증원'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12일 오후 '상고제도 개선방안,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법원이 최고법원으로서 판례 확립 등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상고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란 일관된 목소리가 나왔다.
◆ "상고심사제 도입" vs "대법관 증원"
법원 내부에서는 대법원이 상고가 적법한지 등 대법원이 엄격한 심사를 거치는 이른바 '상고심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찬석 부장판사(사법연수원 교수)는 "적법한 상고이유를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대법원이 보다 근본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사건에 심리를 집중하는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본안 절차에 앞서 당해 상고 사건이 법이 허용하는 상고 사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본안 전 심사절차'를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홍기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 대표)는 △대법관 6명 증원(대한변협 방안) △대법관을 45~50명 대폭 증원하는 방안(민변, 참여연대 방안) △'대법원 판사' 도입을 전제로 대법관을 소폭 증원하는 '2원적 재판부 구성' 방안을 제시했다.
민 변호사는 특히 '2원적 재판부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2원적 구성을 전제로 한다면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릴 필요가 없다"며 "대법원의 업무처리 역량이 4배 정도 확대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등으로 하급심 내실화"
토론회에서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등 하급심 내실화를 위한 사법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상고제도 개선은 하급심의 내실화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증거개시제도인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제도화한다면 하급심의 심리 내실화와 조정 등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대체적 분쟁해결)에 의한 사건 처리를 촉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디스커버리 제도가 재판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인지 충분히 심도 있게 논의한 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법관은 법관의 독립을 침해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무감독을 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가칭 법관직무법을 제정 또는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사법권의 독립과 직무감독 간의 긴장관계에서 직무감독을 통한 법관 독립 침해 여부의 한계와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법원, 대선 후 상고제도 개선안 결단할 듯
대법원은 오는 3월 이뤄지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에 본격적으로 상고제도 개선과 관련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상고제도개선특위였던 한 위원은 "올해 상고제도 개선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에야 대법원에서 결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명선거법률지원단인 전수미 변호사는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사건을 충분히 판단받을 수 있도록 공평하게 상고의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라며 "사고사건 재판의 양적강화라는 기본적인 방향에서 개선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정책본부 공정법치정책분과 위원장인 정승윤 교수(부산대 로스쿨)는 "심리불속행제도를 폐지해서 모든 국민에게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 '3심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본다"며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