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80대 여성 A씨가 “QR코드나 접종 증명서를 보여주시라”는 직원의 요구에 손바닥만한 플라스틱 명패에 접종 증명 스티커를 보여줬다. 스티커를 확인한 직원은 “앞으로 직원한테 이거 꼭 보여 주셔야 해요”라고 당부한 뒤에야 A씨를 매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A씨는 “스티커 없으면 아무 데도 못 간다”고 손사래 쳤다.
코로나19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사람만 시설 출입을 허용하는 ‘방역패스’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도 적용된 첫날 서울 도심 곳곳 매장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특히 자신이 찾은 매장에서 방역패스가 시행되는지 몰랐거나 휴대전화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 등을 중심으로 혼선이 가중되는 모양새였다.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도 매장 입구에 직원 한 명이 앉아 방역패스와 관련해 안내하고 있었다. 한 대만 비치된 QR 인증 기계 앞에는 고객이 몰릴 때면 서너명이 일제히 대기하기도 했다. QR 인증 기계가 없는 계산대 쪽으로 매장 안에 진입하려다가 직원의 제지를 받는 고객도 있었다. 이 매장을 찾은 김모씨(36)는 “오늘부터 방역패스가 적용되는지 몰랐다”며 “지금껏 해오던 대로 QR을 거의 반사적으로 찍고 들어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QR코드를 이용하는 방법을 몰라 접종 증명 스티커로 이를 대체하는 고객도 있었다. 60대 여성 C씨는 주민등록증 뒷면에 붙은 접종 증명 스티커를 직원에게 보여준 뒤 매장으로 들어섰다. C씨는 “딸이 집에 오면 3차 접종 기록이 뜨도록 (QR코드 업데이트를) 해주기로 했다”며 “그전까지는 접종 증명 스티커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마트·백화점 등에 적용되는 방역패스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최모씨(39)는 “아무리 방역 문제라지만 백신을 맞고, 안 맞고는 국가가 강제할 수 없다고 본다”며 “백신패스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에 비해 시민들을 통제하는 결과만 낳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모씨(22)는 “백신패스에 원론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정부의 태도가 문제”라며 “이제는 단순히 백신을 접종하는 게 아니라, 접종을 강요당하는 느낌이다”라고 지적했다.
김모씨(64)는 “방역을 위해 백신패스는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당장 내 가족부터 피해를 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모씨(25)도 “어차피 방역 대책은 시행해야 하는데,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더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백신패스는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마트 같은 경우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곳이니 ‘혼장(혼자 장보기)’ 정도는 하게 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