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012년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거래절벽이 여전한 가운데 서울 곳곳에서 매물도 증가하고 있어 주택가격 하방압력이 급격히 강해지고 있다.
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5419건이다. 지난해 10월 7일에는 4만654건이었던 매물이 석 달 사이 4765건(11.7%) 늘어난 것이다. 강동구(-0.52%), 광진구(-0.30%) 이외에 모든 자치구에서 매물이 5% 이상 늘었다. 특히 용산구(20.5%), 강북구(20.9%), 중랑구(24.9%), 강서구(32.4%) 등에서는 매물이 20% 이상 증가했다.
또한 정부가 지난달 8일 기준 1주택자 양도세 면제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낮춘 상황에서 매물이 더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양도세 완화 적용 전날인 지난달 7일보다는 1.53%(686건) 늘어났다.
매물이 쌓이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수급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2.8을 기록했다. 8주 연속 기준선(100)을 하회했으며, 특히 92.6을 기록했던 2019년 9월 9일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분석 등을 통해 수요·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시장에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것으로 매수자 우위 시장을 의미한다. 100을 초과하면 반대 의미다.
거래량이 급감하고 매물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 혹은 보합으로 전환한 지역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첫째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 오르며 전주(0.04%) 대비 상승폭이 0.01% 축소됐다.
강북구(-0.02%→-0.01%)와 도봉구(-0.01%→-0.01%)는 2주 연속, 은평구(-0.03%→-0.02%→-0.01%)는 3주 연속 하락했다. 또 금천·관악구에 이어 동대문·성동·광진·성북구는 전주 대비 0%를 기록하며 보합 전환했다. 서초구(0.08%→0.07%)와 강남구(0.07%→0.05%), 송파구(0.05%→0.03%) 등 강남 3구 역시 상승폭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까진 서울 집값 조정 국면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 대출 규제와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실수요자들이 실입주를 할 수 없어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났다"며 "상반기까지는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에는 약하게 우상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