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여야 유력 후보들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개편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시장은 내년 열리는 대선만 바라보며 올스톱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가 시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징벌적 과세를 밀어붙여 "버티면 승리한다"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 5월에 출범하는 차기 정부는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 노선을 이어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27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금 없애겠다고 한다. 그러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기만 기다리면서 집을 안 팔 것"이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선을 앞두고 종부세와 양도세의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주판알 튕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양도세와 종부세가 바뀌었을 때 어떻게 움직일지를 논의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다주택자들은 버티다가 대선 후 정책을 본 뒤 6월쯤 매도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는 조언부터 “양도세를 완화하면 매물이 급격히 쌓여 팔린다는 보장이 없는 거 아니냐” 등의 우려를 나타냈다.
이렇듯 부동산 정책의 변화가 예고되면서 주택시장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올해 1~8월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매달 3000~5000건대를 기록했지만, 9월 2707건, 10월 2198건, 11월 1346건을 각각 기록하는 등 역대급 거래절벽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 나오는 매물도 답보상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28일 기준 4만5006건으로, 한달 전(11월 28일) 4만4886건보다 0.2% 늘었다.
전문가들은 종부세와 양도세 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정책이 오락가락 바뀌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선거철이 아니면 여당이 세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선거철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서 조세정책이 이랬다저랬다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고종완 원장은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증세가 합리적이지 않았던 것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세금을 강화하면서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했다”며 “가격이 내리면 좋은데 전셋값까지 오르면서 결국 빚투·영끌로 귀결됐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정부가 일방적으로 세금을 가파르게 올려 고가주택·다주택자에게 세금 폭탄을 때려 조세저항이 크다”며 “선거 때가 돼 심판을 받게 생겼으니 궤도수정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국민들이 예측 가능한, 부담 가능한 범위에서 조세제도를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 다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고 원장은 “양도세 중과 유예를 하면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상당수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물량 부족 현상을 해소하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