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독일로의 가스 공급 나흘째 중단... 가격 상승에 LNG선 유럽으로 급선회

2021-12-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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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나흘 연속으로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유럽의 가스 가격이 치솟자 가스 공급업체들은 유럽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화물선을 선회하고 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통신사 RIA노보스티는 폴란드 가스관 운영사 가즈시스템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이 24일 자 야말-유럽 가스관 수송물량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경매는 운송 전날 이루어진다.

RIA노보스티는 이에 따라 24일에도 독일로의 가스 운송이 이루어지지 않아 나흘 연속으로 독일로의 가스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매에서 폴란드 방향으로 진입하는 지점에서 8910만㎥의 가스를 예약할 것이라는 제안이 있었지만,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가즈프롬이 가스 수송 물량을 예약하지 않은 것은 독일과 프랑스의 고객이 구매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가즈프롬은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해 가스를 구입하는 독일과 프랑스 회사의 고객들이 구매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스 수송물량을 예약하지 않았다"라며 러시아는 장기 계약으로 독일에 가스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독일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재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연방정부의 관련 부처인 경제에너지부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한편 한겨울 난방시즌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이 중단되며 유럽의 가스 가격이 치솟자 가스 공급업체들은 아시아에 비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것이 수익성이 높을 수 있다는 판단에 LNG 화물선을 유럽으로 돌리고 있다.

데이터분석업체 ICIS의 로버트 송어 LNG 분석가는 "유럽의 가스 재고량이 최근 몇 년에 비해 뚜렷하게 적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라며 "2022년 1분기에 가스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 어디서 가스를 수급해 올지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라고 21일 로이터에 밝혔다. 

또한 송어 분석가는 유럽과 반대로 아시아의 수요는 오히려 완화되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피력했다. 그는 "일본의 가스 재고량은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라며 "유럽 가스 트레이더들은 러시아로부터 들어올 물량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국제적으로 LNG 화물선의 궤적이 이례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아시아 지역으로 향하던 LNG 운반선 다수가 유럽 지역으로 방향을 급히 틀었다고 전했다. 이전에 LNG 입찰가를 높게 책정했던 중국·일본·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선 LNG 재고가 충분해진 반면, 유럽 지역은 재고 부족으로 LNG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12월 들어 치솟기 시작해 유럽 천연가스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가스 1월물 가격은 21일 20% 이상 급등해 ㎿h(메가와트시)당 180.27유로(약 24만2300원)에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3일 들어 가스 가격은 21일 종가에서 13% 넘게 급락한 156.12유로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FT는 에너지정보제공업체 S&P글로벌플랫츠 자료를 인용해 현재 유럽과 아시아의 LNG 가격 차이는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유럽에서 LNG 가격은 100만BTU(열량 단위)당 48.5달러로, 아시아의 41달러를 크게 웃돈다. S&P글로벌플랫츠는 10월과 11월 아시아의 LNG 가격은 유럽보다 평균 5달러 높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알렉스 프롤리 ICIS 분석가는 지난 22일 FT에서 "유럽의 급등하는 가스 가격으로 인해 이례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최근 총 3척의 미국 국적 LNG 운반선이 유럽 방향으로 경로를 급선회한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기사에 첨부한 미국 LNG 운반선 '미네르바 키오스'호의 항해 선로. [자료=파이낸셜타임스(FT) 갈무리]

그는 "멕시코만 근처에서 출발한 미네르바 키오스라는 이름의 LNG 운반선은 아시아 지역을 향해 인도 근처까지 항해했지만, 지난 15일 갑자기 이집트 수에즈 운하로 뱃머리를 틀고 유럽을 향하고 있다"면서 "또 다른 한 척은 말레이시아 근처의 말라카해협까지 왔는데도 전주 유럽으로 급선회했으며, 당초 호주산 LNG를 중국에 인도하는 선로였던 세 번째 운반선은 중국 인도 후 남는 일부 호주산 LNG를 오는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호주산 LNG가 유럽 지역에 공급되는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거의 처음으로 파악된다. 

또한 프롤리 분석가는 네덜란드 석유 메이저 로열더치셀 역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페루산 LNG를 영국에 공급 중이라고도 부연했다. 유럽 지역과 마찬가지로 천연가스 재고가 부족한 상태인 영국에서도 LNG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650%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상품 무역 회사로서 민간 업체로는 국제적으로 가장 많은 LNG 거래를 소화하고 있는 스위스 '군보르(Gunvor)'의 토브욘 톤퀴비스트 최고경영자(CEO) 역시 FT에서 "이달과 내년 1월 각각 15~20개의 LNG 선적(cargoes)이 유럽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평소 물류 흐름에서 늘어난 규모(in addition to the normal flow)"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에 대해 러시아로부터의 LNG 공급이 급감한 상황에서 유럽 각국이 겨울철을 대비해 높은 가격을 주고 LNG 재고를 채우려고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는 23일 현재 운송 중인 76척의 미국 LNG 화물선 중 160만㎥의 연료를 실은 10개의 화물선이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집계 데이터를 통해 밝혔다. 330만㎥의 연료를 실은 20척 역시 유럽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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