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조닝(Zoning) 사라진다···내년 초 2040서울플랜 핵심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아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존 주거·상업·공업지역 같은 '용도지역'을 폐지해 내년 초 발표할 서울시 법정 최고 도시기본계획인 '2040서울플랜'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거의 반강제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도시의 디지털라이징, 비대면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주거 개념이 근본부터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도시 계획도 여기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서울은 주거지역·상업지역·공업지역·녹지지역 등 단일 용도지구로 구분돼 있다. 주거지역은 다시 전용주거지, 일반주거지, 준주거지로 나뉘고, 상업지역은 중심상업지와 일반상업지, 근린상업지, 유통상업지 등으로 분류된다. 공업지역과 녹지지구도 세분화되긴 마찬가지다. 이렇게 각 구역마다 허용되는 용도가 다르고, 이에 따라 높이와 밀도도 달라진다. 이런 조닝의 의미가 사라지면 도시 공간구조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하철은 날아다니는 교통수단과 연계되고, 아파트 옥상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정류장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철도역사 위 공동주택 개발, 건물 옥상을 활용한 드론택시 정거장과 수직 고층 엘리베이터 등 주거와 교통이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40서울플랜은 당초 연말께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오 시장의 이 같은 의지가 반영되면서 발표를 다소 늦췄다. 그는 "2040서울플랜 기본 골격을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에 세우다보니 지금 언급한 변화의 방향과 속도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감이 있다"면서 "'디지털 혁신으로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근본부터 바꿔라'라는 콘셉트로 다시 보완하라는 지시를 내려 내년 초 일반에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 주택 공급 경색 해결할 최고의 수단···세운상가 통개발 고심
서울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현 정부의 잘못된 진단과 처방 때문이라는 게 오 시장의 생각이다. 그는 "부동산 가격 폭등은 주택 공급 경색의 필연적 결과"라면서 "서울은 더 이상 개발할 택지가 없기 때문에 신규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을 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해도 결국 그 고비를 넘기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의 집값 폭등을 방어할 최선의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신속통합기획은 10년간 억제됐던 서울 재개발·재건축 정책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라면서 "재건축 압박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순 있겠지만 멀리 내다보면 공급 경색을 완화하고, 도시 개발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전임 시장 시절 지나치게 보존 중심적인 건축관이 서울시 전체 도시계획을 망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존이 필요한 건축물이라면 일부만 존치하면 되는 것이지 전체를 다 보존하는 무리한 결정을 내리면서 모든 도심 개발에 부작용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세운상가다. 오 시장은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이라고 하는 역사성에만 주목해서 결정하다 보니 마땅히 철거해야 할 시기를 놓쳤고, 이제 주변 개발까지 가로막는 도심 한가운데를 짓누르고 있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세운상가 개발은 남산에서 용산, 한강까지 이어지는 서울의 거대한 4개 녹지축을 복원하는 계획과 연동해 통합 개발을 해야 했다"면서 "세운상가를 축으로 구도심 개발의 활력이 살아날 수 있었을 터인데, 워낙에 긴 건축물을 잘게 쪼개 다 존치하려다 보니 계획 전체가 흐트러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로와 청계천, 을지로, 퇴계로는 한국을 상징하는 최고의 도심지가 돼야 한다"면서 "(세운상가는) 꼭 필요한 일부만 남겨 놓고, 종묘에서부터 남산까지 녹지축을 다시 살리는 통합 개발 방식을 다시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내 그린벨트 일부 완화 가능성은 일축했다. 오 시장은 "오염도가 심해 보존 가치가 없는 그린벨트 지역이 얼마나 있는지 조사를 해봤더니 남아 있는 땅이 거의 없었다"면서 "택지로 개발할 부지 규모도 아니고, 공급 효과도 미미해 현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토지임대부 주택 우려 과도해···주거 선택지 다양하게 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는 서울시가 소유하고, 아파트만 분양해 '반값 아파트'로 불린다. 오 시장이 임명한 김헌동 SH공사 사장의 주요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토지임대부 주택 유력 부지로 거론되는 서울혁신파크(은평구), 용산 정비창(용산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강남구), 서울의료원(강남구), 수서역 공영주차장(강남구), 성동구치소(송파구) 인근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오 시장은 "토지임대부주택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구체화된 것이 없는데 지역 정치인들이 악용해 여론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거론되는 부지 100%에 토지임대부 주택이 들어서는 것도 아니고, 일부를 공급한다 해도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추진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해서 가족을 꾸리면서 주택 소비 형태가 다양해지고 경제적 환경에 따라 월세·전세·매매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주거 선택지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면서 "토지임대부 주택도 장기 전세, 지분 적립형, 임대주택 등과 같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선택지 중에 한 가지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개편 논의도 정부에 촉구했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부담의 절반은 서울 집주인들이 떠안았다. 국세청이 발표한 주택분 종부세 시도별 고지 현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종부세 고지 인원은 48만명, 세액은 2조776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 2.3배 늘었다. 전체 종부세 고지 인원은 94만7000명, 세액은 5조6789억원이다.
오 시장은 "정부가 잘못된 통계를 바탕으로 '종부세=부유세'라는 현실 인식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서 "실제 통계를 내보니 서울 주택 소유자 중 19%가 종부세를 내고 있고, 5명 중 1명에게 과세된다면 보통세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서울시민에 대한 징벌적 세금의 성격이 짙다"면서 "특히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은퇴자와 고령층에게는 매우 가혹한 세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는 어떻게든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지난 7개월의 시간은 재건축·재개발 정상화 같은 당장 시급한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가면서 조직개편·인사·예산안 편성 등 기본 체계를 다지며 향후 5년을 위한 목표와 기초를 세우는 데 주력했다"면서 "재선돼서 구상한 사업이 본격화되면 무너진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고, 추락한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회복해 궁극적으로 시민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