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 여파로 관련 공기업들의 누적적자가 심화하고 있어 이에 따른 공공요금 인상 이슈가 불거졌다. 다만, 내수 경제의 물가인상 리스크와 맞물려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부처 간 의견은 엇갈렸다.
기획재정부는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생활물가 인상을 부채질할 것이라 우려, 요금 상향을 우선 막아섰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공기업의 적자 심화는 결국 추가비용을 발생시켜 국민의 경제적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해석, 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20일 기재부와 산업부가 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전기의 판매와 공급을 담당하는 한전은 과거와 달라진 사회적 환경과 그에 따른 비용의 고려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전기요금의 다양한 결정 요인을 제쳐두고 생활물가나 공기업의 재무 악화 등 기존의 프레임에만 빠지지 말자는 설명이다. 한전 관계자는 "과거의 전기공급을 위해서는 토지 매입이나 시설설치 등 현재와 비교하면 저비용에 단순한 구조로 돼 있었으나 현재는 시장환경이 많이 변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과거와 달라진 부동산 가격과 지역 주민의 엄격해진 수용성 문제 등 구조적 비용이 더욱 늘었다는 주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의 에너지원단위, 전력원단위(kWh/달러) 비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가별 주요 산업 구성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전력원단위는 GDP(국내총생산) 1단위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전력량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전력사용의 효율성이 낮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낮은 전기요금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OECD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전력소비 원단위는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IEA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전력소비 원단위는 0.390에 달했던 반면, 미국 0.237, 일본 0.157, 독일 0.155, 덴마크 0.076 등 주요국과 많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덴마크와 한국을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효율성을 가진 셈이다.
전기요금 현실화 문제를 수요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는 논의는 과거에도 꾸준히 있었다.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이 국내 바나나농장의 사례를 거론하며 합리적 전기소비의 필요성을 언급한 설명은 유명하다. 아열대 기후의 생육 적온을 가진 바나나 농사를 위해 국내 농가가 저렴한 전기요금을 활용해 전기로 바나나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적절한 수준의 관세만 유지된다면 전기를 사용한 농사보다 아열대 기후 국가의 수입품을 들여오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선택인 것은 상식이다.
한전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요금과 효율적 사용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가 함께해야 한다"며 "OECD 국가 중 한국의 전기요금이 가장 낮은 수준이며 절약에 의한 인센티브가 너무나 적다 보니 절약을 위한 노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