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시와 SH공사는 고덕강일4단지 분양원가 공개를 시작으로 최근 10년간 사업정산이 마무리된 34곳 아파트에 대한 분양원가를 전수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설계·도급 등 내역서를 공개한 곳은 있었으나 아파트 분양원가를 산정해 공개하는 건 서울시가 처음이다.
SH가 공개하는 분양원가 항목은 건설원가(61개 항목)와 택지조성원가(10개 항목)이다. 특히 아파트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필수 공개 항목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던 택지조성원가를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이밖에 용지비, 조성비, 이주대책비 등 설계·도급 내역서를 포함해 상세 근거가 담긴 원자료까지 모두 공개한다.
고덕강일4단지는 2019년 SH공사가 고덕강일지구에 처음 공급한 공공분양 단지로, 전용면적 49·59㎡로 구성된 분양주택 642가구와 국민임대·장기전세 597가구를 합해 총 1239가구로 구성됐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인근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해 말 분양한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의 3.3㎡당 분양가는 약 2230만원, 올 초 분양한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의 분양가는 약 2430만원, e편한세상 강일어반브릿지의 분양가는 약 2390만원 선이다. 고덕강일 4단지와 비교하면 3.3㎡당 분양가가 8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건설업체들이 분양원가 공개에 반박 논리로 활용하는 건축비도 가격차가 상당하다.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전용 84㎡) 건축비는 3억~3억8000만원,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전용 84㎡) 건축비는 3억9700만~4억1100만원, e편한세상 강일어반브릿지(전용 84㎡) 건축비는 4억1900만~4억4600만원 선이다. SH가 공개한 고덕강일 4단지 건설원가를 전용 84㎡로 계산할 경우 건설원가는 대략 1억9614만원이다. 이는 민간 건설업체가 받는 건축비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시와 SH공사는 마곡지구·내곡지구·세곡2지구·오금지구·항동지구 등 5개 지구 28개 단지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에, 준공과 정산을 앞두고 있는 마곡지구9단지·고덕강일지구8·14단지, 위례신도시 A1-5BL·A1-12BL 등은 내년 하반기에 분양원가를 공개할 예정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작년에 공개한 분양원가 61개 항목에 더해 설계·도급·하도급 내역서까지 공개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며 "풍선처럼 부풀려진 주택분양가의 거품을 제거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개한 11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분양가격은 ㎡당 995만원으로, 작년 11월 말(823만원)과 비교해 20.9% 상승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3.0% 올랐다. 3.3㎡ 기준으로는 3284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