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9 대선 전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100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사실상 물 건너 갔다. 100조원 폭탄을 던진 야권이 이를 '차기 정부 몫'으로 넘기면서 대선 전 추경 편성·집행이 불발될 위기에 처했다. 100조원대 '쩐의 전쟁'을 예고한 여야 정치권이 공수표만 날린 셈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13일 더불어민주당의 '소상공인 손실보상 100조원 지원안'을 위한 추경 즉각 협상 제안에 "추경을 어떻게 할지는 정부와 상의해야지, 야당에 이러고 저러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8일 "코로나19 손실보상 규모로 100조원대 투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앞서 민주당은 추경 편성이 탄력을 받자 기다렸다는 듯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정태호 의원은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한 간접 피해도 보상하자는 내용의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여행·공연·숙박업 등 국민이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면서 실적이 감소한 산업군을 대변했다. 같은 당 김성환 의원은 코로나19 손실보상금 계산에 인원 제한 조치가 이뤄졌던 기간도 포함하자며 동법 개정안을 내놨다.
여당이 전향적인 행보를 보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당내 엇박자 조율에 여념이 없었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여당의 추경 주장에 "빠른 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김 위원장이 후보가 얘기할 성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집권할 때 코로나19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대위에서 검토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나서 상황을 정리했다. 이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추경은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하에 조심스럽게 추진돼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었다"며 "윤 후보나 김 위원장이 이런 관점에서 선언적 발언을 했지만 당과 세밀한 논의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후보 발언은 의지 표명 정도로 보면 된다"며 "(추경 관련해선) 김 위원장 말이 옳다"고 못박았다.
이로써 이달 임시국회에서 추경 편성을 논의하기는 어려워졌다. 야당이 발 빠르게 대선 전 추경 리스크를 차단했고, 그동안 정부 지출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던 기획재정부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문 정부와 차별화되는 정책을 다시 부각하며 기재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현금 지원에 매출 지원을 더하고, 지역화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명목이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성주군 성주읍의 한 도서관에서 열린 '지역경제와 지역화폐'를 주제로 한 국민 반상회에서 "코로나19 국면에 소상공인 등에게 저금리로 돈을 빌려줬는데 이게 다 빚"이라며 "현금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게 매출을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쿠폰(일종의 지역화폐)을 동네에서 쓰게 하는 방식"이라며 "지역화폐가 (매출을) 유인하는 정도를 넘어 사용자 복지를 확대하는 쪽까지 발전하려면 지원 금액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