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당 200유로 간다'...EU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 이어지면 재생에너지 유리

2021-12-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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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과 영국의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년 전만 해도 5년 후의 목표가였던 '톤당 90유로(약 11만9992원)'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향후 2~3년 내로 '세자릿 수' 안착을 넘어 '톤당 200유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만큼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한다는 의미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반년 새 EU 탄소배출권 가격이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면서 "지난 8일 EU 탄소배출권이 사상 최고치로 올라선 탓에 녹색 수소와 탈탄소화 기술 등 청정 에너지의 경제성이 재고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8일 EU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U-ETS) 시장에서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89.37유로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장중 최고가 역시 톤당 90.75유로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이는 다음 날인 9일에는 10% 가까이 빠진 80달러대까지 하락한 후 다시 3%대에서 반등했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의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 추이[자료=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이달 8일까지 올 들어 160% 넘게 급등한 상황이다. 올 초 톤당 30유로대에 머물었지만, 지난 6월과 7월 연이어 50유로와 60유로를 돌파했다. 특히, 톤당 90달러의 가격은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향후 5년 이후의 목표 가격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시장 정보 제공 기업인 ICIS의 플로리언 로덴버그 EU 전력·탄소시장 분석가는 지난 7월 말 EU전문매체 유랙티브에서 "ICIS는 연내 100유로 진입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탄소배출권의 2030년 목표 가격으로 톤당 90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 

로덴버그 분석가는 실질적인 탈탄소화를 위해선 탄소배출권 가격이 2030년까지 톤당 200~250유로 수준으로 높아져야 하지만, 연내 90~100유로대로 급등할 경우 투기 우려를 이유로 거래를 제한하는 등의 정치적인 리스크(위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 8일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90달러를 기록하자 전문가들 연내 '세자릿 수' 돌파를 확실시하고 있다. 연말까지 톤당 100유로는 물론, 조만간 200달러대도 현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와 서구 유럽의 갈등으로 유럽의 천연가스와 국제 원유 가격이 높아지고 각국의 석탄 발전량이 늘어 탄소배출권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오는 15일로 12월물 EU 탄소배출권 선물 거래 역시 마감하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독일 투자은행인 베렌버그는 연말 탄소배출권의 가격을 톤당 110유로로 예상했고, 스웨덴 SEB(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은 성탄절(12월 25일) 이전에 톤당 100유로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이와 관련해 비야르네 실드롭 SEB 원자재·선물 전략 책임자는 "EU 탄소배출권은 세자릿 수에 '확실히 도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면서 "이후에는 '최소' (톤당) 200유로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피력했다. 

다만,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이 탈탄소 움직임을 자극할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동안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100달러 내외를 유지한다면 각국의 탄소중립(온실가스 순배출량 0) 관련 기술 도입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높아지면서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란 지적이다. 

FT는 대표적인 기술로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탄소포집(CSS) 기술과 태양열과 풍력 등의 신재생 전력을 활용해 수전해한 '녹색수소' 등에 대한 자본 투자가 개선할 수 있다고 꼽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CSS와 녹색수소의 도입 활성화를 위한 탄소 배출권 가격선을 각각 톤당 80유로와 120유로 수준으로 제시했다. 

반면, 단기적으론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탄소배출권이 여전히 너무 저렴한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최소 톤당 105달러를 넘어서야 각국이 석탄 발전을 감축할 경제적 이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신문은 향후 탄소배출권이 이 가격을 넘어서지 못하면 석탄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물론, 천연가스로의 전환 조차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각국 정부의 입장에선 비싼 발전원을 사용하는 것보다 값싼 석탄이나 갈탄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는 탄소배출권을 구입하는 것이 여전히 더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회의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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