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톡옵션으로 900억원 챙긴 카카오페이 임원들…류영준 대표도 편승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류영준 대표이사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지난 11월 24일 스톡옵션을 통해 획득한 주식 44만993주를 지난 10일 전량 처분했다. 이들은 카카오페이 주식을 주당 5000원에 취득했지만 이날 시간외매매를 통해 판매한 단가는 20만3704~20만4017원 규모다. 단순 차액만 두고 비교할 경우 취득단가 대비 40배 이상의 수익을 기록한 셈이다.
이들 카카오페이 임원이 이날 시간외매매를 통해 챙긴 현금은 약 899억4653만원어치다. 가장 많은 현금을 거머쥔 임원은 류 대표다. 그는 23만주를 20만4017원에 매도, 약 469억2391만원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이진 총괄부사장이 7만5193주를 20만3704원에 매도하면서 약 153억1711만원을 손에 쥐었다. 다른 임원들이 처분한 물량과 획득 추정 현금은 △나호열 기술총괄 부사장/최고 기술 책임자 3만5800주 73억380만원 △신원근 기업전략총괄 최고책임자 3만주 61억2051만원 △이지홍 브랜드총괄 부사장 3만주 61억2051만원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 3만주 61억2051만원 △이승효 서비스총괄부사장 5000주 1억2008만원 △전현성 경영지원실장 5000주 1억2008만원 등이다.
카카오페이 임원들이 지분을 대량으로 처분하면서 이날 카카오페이 주가는 급락했다. 장 시작과 동시에 주가는 전일 종가(20만8500원) 대비 6.47%(1만3500원) 급락한 19만5000원으로 출발했고 장중 19만3500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종가는 19만6000원을 기록하면서 전일 대비 6%(1만2500원) 하락을 기록했다.
주가 급락의 원인으로는 임원들의 지분 대량 처분이 지목된다. 카카오페이 내부 사정에 정통한 임원들이 지분을 대량 처분한 만큼 이들이 주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처분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임원들 입장에서도 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 당장 주식을 처분할 이유가 없지만 지난 11월 스톡옵션을 행사한 임원 전원이 지분을 전량 처분한 점도 이 같은 분석에 신뢰를 더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 주가는 최근 급등한 상태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이날로 예정된 코스피200 신규 편입이 호재로 작용했다. 공모가 9만원이었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코스피200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 기대감으로 지난 11월 30일 장중에는 24만8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 카카오게임·카카오뱅크 임원도 판박이…카카오그룹 전반의 문제
임원들이 스톡옵션으로 지분을 대량 취득·처분해 거액의 차익을 얻는 것은 카카오그룹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카카오페이뿐만 아니라 카카오게임과 카카오뱅크 임원들도 비슷한 행태를 보이면서다.
먼저 카카오게임즈 임원들은 상장 후 현재까지 스톡옵션 등을 통해 얻은 지분을 매도해 155억5665만원을 챙겼다. 현재까지 확인된 카카오게임즈 및 계열사 임원들 중 주식을 매도한 사람은 총 11명이다. 이들은 스톡옵션을 통해서는 카카오게임즈 지분을 최소 5095원에서 1만5536원에 취득했다. 반면 처분 단가는 최저 4만6137원에서 최고 10만7407원에 달한다. 최대 20배에 달하는 차익을 챙긴 셈이다.
주식 처분을 통해 가장 많은 현금을 마련한 임원은 계열사인 라이프엠엠오의 박영호 대표다. 그는 총 6만3500주를 장내매도해 약 32억6397만원을 챙겼다. 이 밖에도 한상우 카카오게임즈재팬 이사가 28억1720만원을, 문태식 카카오브이엑스 대표가 26억7965만원을 주식 처분을 통해 가져갔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전 대표도 상장 당시 받았던 지분을 일부 처분해 9973만원을 현금화했다.
올해 상장한 카카오뱅크 임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총 4명이 카카오뱅크 지분 매도를 통해 약 48억5046만원을 챙겼다.
먼저 김석 위험관리최고책임자는 2만8775주를 처분해 25억9912만원을 챙겼다. 정규돈 최고기술책임자는 10억2943만원을, 신희철 최고인사책임자는 9억1200만원어치를 매도했다. 유호범 내부감사책임자는 5000주를 매도해 3억990만원을 가져갔다.
◆ 스톡옵션, 법적으로는 문제 없다지만…개미가 올린 주가에 무임승차한다는 비판도
기업의 임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신주를 발행받고 이를 유가증권시장 등에서 매도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행동이 비난받는 까닭은 이들이 카카오그룹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와 기대감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이들 종목의 미래 성장성을 믿고 매수를 통해 주가를 높였더니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통해 자신들의 주머니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올해 신규 상장한 카카오그룹 종목들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카카오페이는 1714대 1을, 카카오뱅크는 1732대 1을 기록했다. 일반청약에서는 각각 29대 1, 182대 1을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장 후에도 카카오의 성장성을 믿은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는 공모가를 한 차례도 하회하지 않았다.
지나친 스톡옵션 발행이 주주가치 제고의 방해요인이라는 점도 비난받는 요소다. 일반적으로 스톡옵션은 현재 주가 대비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만큼 주가 희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스톡옵션을 행사한 임원들이 대규모로 주식을 처분할 경우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카카오페이도 실제로 주가가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