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수능 문제 출제 오류, 행정소송 반복사

2021-12-1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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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 오류, 합격자 불합격 만들기도···

전문가 "수능 출제 오류 논란, 수능 출제자의 책임 부족"

 

서울행정법원[사진=연합뉴스 ]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만점자가 1명만 나오면서 '불수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물수능·불수능 매년 반복되는 수험 난이도와는 별개로 수험생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문제의 오류가 발견됐을 때다.

이번 수능시험에서도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해 피해를 받은 수험생들은 20번 문항 정답 결정 처분 취소 본안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번 소송 신청인 중 한명인 양명고등학교 신동욱 군은 "20번 문항이 오류인 걸 몰랐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라고 생각해 계속 계산하다 10분 넘는 시간을 한 문제에 투자했다"며 "평가원은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너무나도 두터웠는데 신뢰성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 '출제 오류'로 합격이 불합격됐던 2014년 수능 

최근 논란이 된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를 제외하고 출제 오류 논란으로 행정소송까지 이어진 경우는 3건이다.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2016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A형, 2021학년도 정치와 법 과목이다. 2014년학년도 수능과 2016학년도 수능은 재판 결과가 나왔지만 2021학년도 수능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중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은 출제 오류와 위자료까지 인정된 경우다. 행정소송을 거쳐 법원에서 ‘정답 없음’이 인정됐고 평가원이 수험생을 상대로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출제 오류 논란이 된 세계지리 문항[제공=한국교육과정평가원]


논란이 됐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보기 ㄷ은 ‘유럽연합(EU)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내용이었다. 평가원은 이를 정답 처리했지만 2012년 NAFTA 실제 총생산액이 EU보다 컸기 때문에 정답 여부를 두고 논란이 생겼다.
 
평가원은 보기ㄷ을 정답 처리했고 반발한 수험생들은 소송을 냈다. 수험생 4명이 평가원 상대 취소 소송을 항소심까지 이어가 2014년 10월 서울고법의 항소심에서 ‘정답 없음’이 확인됐다. 당시 서울고법은 “객관적 사실 즉 진실이 기재된 답항도 함께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정답 없음’으로 판결했다. 평가원도 "논란이 된 세계지리 8번 문항이 완벽하지 않아 논란이 된 점을 인정하고, 법원 판결과 사회에서 지적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상고하지 않겠다"고 인정했다.
 
출제 오류 문항으로 많은 수험생의 점수가 바뀌었고 해당 오류로 불합격이 된 학생들이 국가와 평가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을 냈다. 부산고법은 출제 단계에서 출제위원들의 주의 의무 위반, 이의처리 과정에서 평가원의 주의 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문항 오류로 인해 불합격한 수험생을 상대로 1000만원, 성적이 바뀐 학생들은 200만원을 인정했다.
 
◆ 행정소송 끝 평가원이 승소했지만··· 전문가 "문제 검토가 불성실" 
 
2016학년도 수능 출제 오류 논란은 평가원이 승소했지만, 행정소송이 반복된다는 오명이 커졌다.
 
이원준 메가스터디 국어 영역 강사와 수험생 6명은 2016학년도 수능 직후 국어 영역 A형 19번 문항의 정답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걸었다. 수험생은 지문에서 설명하지 않은 정보라는 점과 지문의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와 보기의 ‘광자’가 표기가 다른 점을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A형 19번 문항 역시 제시문 내용을 전제로 해 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적 추론 능력을 검증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2016학년도 수능 행정소송 원고였던 이 강사는 "국어 영역은 필수 과목이니까 학생이 많았고 많은 학생이 출제 오류 문항으로 합격과 불합격이 갈려 힘들어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저희 같은 강사들 사이에서는 과거 평가원과 수능을 신격화할 정도로 수능은 신뢰도가 높았다"고 말하며 “출제 오류 이후로 그런 것이 사라지고 더욱 비판적으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능 출제 오류 논란과 관련해 수능 출제자의 책임 부족을 지적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수능 출제 오류 논란 증가에 대해 "이번 출제 오류만 보더라도 EBS 9월 수능 특강에 동일한 사례가 나와 정정 발표했는데 갑자기 수능에서 ‘다른 말’을 한다"며 “출제자들이 문제 검토 과정에서 불성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능 출제자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출제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좋은 교사 운동 대표는 출제 검토 강화와 더불어 입시 제도 변화를 주문했다. 김 대표는 "학생 입장에서 수능 시험을 통해 12년이 평가 받으니 오류가 발생하면 노력이 물거품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출제 오류 논란을 탈피하기 위해 출제 검토 강화는 당연하고 근본적으로는 오지선다형 문제를 줄이는 등 입시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문은 '칼로 무 자르듯이' 나뉘는 게 아니라 오지선다형이면 언제든 논란이 될 위험이 있다"고 보충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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