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남편의 절규] 출산 앞두고 코로나 확진... 병원 "입원 못해요"

2021-12-10 06:00
  • 글자크기 설정

위드 코로나 이후 신규 확진자 급증해 병동·치료시설 입원 불가

완치 후에도 입원 불투명... 대학병원서 PCR 음성 결과 요구 탓

병원 "혹시 모를 상황 대비"... A씨 "다른 병원 갈 수 있을지 미지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4944명에 달했던 지난 2일.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A(32·남)씨는 늦은 밤 보건소로부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임신 38주차에 접어든 아내의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가 ‘양성’이라는 통보다. 

보건소에 출산을 앞둔 산모라고 했지만, 병동이나 생활치료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지 확답을 듣지 못했다.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최대 5000명(현재는 7000명)을 넘어, 중증 환자가 아닌 이상 병상에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 10박 11일의 재택치료로 자동 전환됐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돌파 감염자는 5박 6일간(서울시 기준) 재택치료를 한다.

‘출산 예정일이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진통이 오면 우리를 받아줄 병원이 있을까’, ‘배 속에 있는 태아에게 미칠 영향은 없을까’ 등 수많은 걱정이 A씨의 머릿속을 채웠다.

매주 받던 산부인과 진료도 불가능해 산모가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은 아이의 움직임을 직접 느끼는 것뿐이었다. 보건소에선 진통 등의 위급한 상황이 오면 보건소보다 119에 신고하는 게 더 빠른 조치를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가장 큰 불안은 아내가 완치 후에도 출산 병원에 입원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A씨가 다니는 서울 5대 상급종합병원 중 한 곳인 B대학병원은 코로나19 완치자라고 하더라도 PCR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와야 입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완치자들은 몸속에 전파력이 떨어진 바이러스가 남아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A씨는 “아내가 13일에 격리 해제가 되더라도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데 입원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다른 출산병원을 알아봐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재택치료가 끝나면 발급되는 '격리해제 확인서'엔 PCR 음성확인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사진=독자]

A씨의 아내는 13일 정오에 재택치료가 끝나면, PCR 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보건소로부터 문자로 ‘격리해제 확인서’가 발급된다. △이름 △생년월일 △격리해제 장소 △격리 시작일 △격리해제일 등이 적혀 있다. “격리해제 기준에 따라 격리해제된 확진자는 추가적인 감염전파의 우려가 없으며, 본 격리해제 확인서는 PCR 음성확인서를 대체할 수 있다”는 문구와 관할 보건소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완치자는 당분간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수 있어, PCR 음성 결과를 요구하는 곳에 격리해제 확인서를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B대학병원의 입장은 달랐다. 격리해제 확인서를 지참하고 기침·콧물·인후통 등의 증상이 없으면 외래진료를 받을 수 있으나, 병실에 입원하려면 반드시 PCR 음성 결과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했다.
 
병원 관계자는 “PCR 검사 양성 상태라면 일반 입원은 불가능하다”며 “병원마다 지침이 다른데, 직원들의 경우에도 완치자라고 하더라도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업무에 복귀시키지 않고 있다. 죽은 바이러스 때문에 양성이 나올 확률이 높은 걸 알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조치”라고 말했다.

A씨와 아내는 격리해제일 이후 외래진료 일정만 잡은 상태다. 출산 예정일은 오는 17일이지만,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확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출산 일정을 미루는 방안을 병원 측과 논의하고 있다.
 
A씨는 “격리해제 후 PCR 검사에서 계속 양성이 나왔을 때 아내의 진통이 시작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직 불투명하다”며 “주변에 우리를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의 지침대로 격리해제 확인서가 PCR 음성과 같은 효력이 있다는 걸 병원에서 인정해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병원에선 내부 지침을 지켜야 한다고만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택치료 시 제공되는 물품들. 감기약과 아세트아미노펜,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손소독제, 세척용 소독제 등이 담겨있다. [사진=독자]

격리해제 확인서를 인정하지 않아 코로나19 완치자들이 일상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건 일선 학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엄마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인 ‘맘 카페’에선 학교 측이 PCR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와야만 등교를 허가하고 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9월 전국 병원장들에게 공문을 보내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확진 후 완치된 사람에 대한 진료 거부 관련 민원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진 후 완치된 사람이 의료기관 방문 시 차별받지 않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라고 보기는 어려워, 병원이 관련 법률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코로나19 완치자에 대한 거부감 해소,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