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를 위해 차를 멈추는 운전자가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서울의 교통섬이 설치된 교차로 4곳에서 실시한 '우회전 도류화 시설 보행자 횡단 안전도 실험'에 따르면 교통섬과 연결된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을 때 정지선 앞에서 차량이 정지한 경우는 202대의 차량 중 25대에 불과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어도 양보하지 않고 지나친 운전자는 54.5%로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나머지 33.2%는 보행자에게 횡단은 양보했으나, 횡단보도를 침범해 정지하거나 완전히 정지하지 않고 서행하며 보행자를 위협하는 등 현행 도로교통법을 준수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섬에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 운전자의 횡단 양보율은 더 낮았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기 위해 횡단보도에서 대기 중일 때 보행자에게 횡단을 양보한 운전자는 0.8%로 369대 중 3대뿐이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운전자의 일시정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일시정지 의무 규정이 없다.
이에 정부는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을 때'뿐 아니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일시정지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공단이 전국 72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통섬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4.9%(6839명)가 교통섬을 횡단할 때 차량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홍성민 책임연구원은 "교통섬이 설치된 교차로는 상대적으로 우회전 차량의 이동속도가 높다"며 "교통섬을 보행자는 보도로, 운전자는 차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보행자 안전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가 안전한 교통섬 이용을 위해선 운전자의 일방적인 양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