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100일을 앞두고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특검론'이 뜨거운 가운데, 검찰이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50억 클럽'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언급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뒤늦게 나서면서 오히려 '면피용' 수사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곽상도 전 의원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을 상대로 2015년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측의 요청에 따라 하나은행에 컨소시엄 구성 관련 청탁을 한 사실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 전 의원은 이 같은 청탁의 대가로 아들을 화천대유에 취직시키고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곽 전 의원에게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곽 전 의원은 현재까지 50억 클럽 당사자들 가운데 관련자 진술과 금품 수수 정황 등 혐의가 가장 많이 드러난 상황이다. 50억 클럽 당사자 중 압수수색을 받은 사람도 곽 전 의원뿐이다.
검찰은 앞서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를 소환 조사한 후 계좌 10여개에 대해 추징보전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동결 결정을 받았다. 화천대유에서 받은 50억원이 범죄수익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지난 주말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권순일 전 대법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다른 '50억 클럽' 의혹 당사자들도 연이어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1차 조사 내용을 검토한 후, 추가 조사가 필요한 피의자는 재소환할 방침이다.
다만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를 두고는 정치권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여야는 상대 후보들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다른 이유로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여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둘러싼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 묵인 의혹과 화천대유의 자금 흐름 수사 등이 미진한 점을 지적한다. 반면 야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둘러싼 '43억원 선거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해소되지 못했다며 특검을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4일 임모 전 성남시장 비서실장과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모씨를 소환조사했다.
임 전 실장은 2014년 7월 무렵부터 2년 가까이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를 보좌한 측근이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유착해 대장동 민관 합동 개발을 진행하던 시기에 비서실장을 지낸 만큼 성남시의 관여 정도를 판단하는 데 임 전 실장이 사실상 '키'를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조씨는 2009년 이강길씨가 대표로 있던 대장금융프로젝트금융투자(대장PFV)가 부산저축은행에서 1155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받도록 불법으로 알선하고, 그 대가로 이씨로부터 10억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중수부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같은 정황을 포착했지만 이씨와 조씨를 기소하지 않았다. 당시 사건의 주임검사는 윤석열 후보로, 여권에선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김만배씨 등에 대한 공소장에 배임의 피해자를 '성남도시개발공사'로 적시했다. 인허가권 주체인 성남시를 피해자로 두지 않고 법조계·정치권 등 이른바 '윗선 수사'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