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편의점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10명 중 4명은 가맹본부와 거래 과정에서 '갑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광고비를 전가하거나 사전 동의 없이 광고·판촉을 떠넘기는 관행이 여전했다. 정부는 가맹사업법 규제를 강화하고, 필요시 직권조사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2021년도 가맹분야 서면 실태조사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이 조사는 치킨과 편의점, 이·미용 등 21개 업종의 200개 가맹본부와 1만2000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공정위는 "최근 단계적 일상 회복 이행과 맞물려 가맹점 창업이 활성화할 것에 대비해 가맹점 창업 단계에서 가맹본부 측 위법 행위가 발생하지 않게 집중 감시할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비용은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데도 본사가 사전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광고 또는 판촉 행사하는 비율은 각각 45.4%와 43.2%에 달했다. 절반 가까운 점주가 본사의 갑질을 경험했다는 얘기다. 가맹점주가 비용을 내는 광고·판촉 행사를 하려면 본부가 사전에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응답한 점주 비율은 광고 96.4%, 판촉 행사 97.7%로 나타났다.
본부가 온라인을 통해 물품을 판매하면 가맹점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일부 가맹본부는 직접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부가 직영 온라인몰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비율은 18.1%, 기타 온라인 플랫폼이나 오픈마켓 이용률은 20.1%였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 거래조건 등에 관해 점주와 협의하는 가맹본부 비율은 33.0%에 불과했다. 또한 온라인 물품 판매와 관련해 가맹점주에 별도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본부는 23.4%에 머물렀다.
가맹점 단체에 가입한 가맹점주 비율은 39.6%로 나타났다. 이 중 가맹본부에 거래 조건을 협의하자고 했으나 단체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29.7%였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단체가 주로 협의하는 내용은 가맹점 운영 정책(18.5%), 코로나19 관련 지원 방안(13.0%), 판매상품 개편(11.1%), 광고·판촉 행사 진행(11.1%) 등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고·판촉 행사에 관한 가맹점주 사전동의제 도입, 가맹점 단체의 대표성 확인을 위한 등록제 도입 등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온라인에서 물품을 판매할 때 관련 거래조건 등을 가맹점주와 협의하도록 표준 가맹계약서를 연내에 개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태조사를 통해 나타난 불공정 거래 혐의 사업자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직권조사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