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 3명이 1·2심에 이어 오늘(25일)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단을 확정받았다.
대법원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이날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 부장판사는 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불거지자, 영장전담판사들을 통해 영장 청구서와 수사 기록 등 10건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는 당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 업무를 담당하며 신 부장판사 지시에 따라 영장 청구서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1심은 전달된 정보가 공무상 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법원행정처에서 법관의 수사 확대를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수사 및 재판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검찰 압박 방안을 마련해 실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수사 정보는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사법부 신뢰 확보 마련을 위한 법원 내부 보고 범위에 있다"며 3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신 부장판사가 형사수석부장으로서 알게 된 정보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해 누설한 혐의는 국가 기관 내부 행위에 불과하고 공무상비밀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신 부장판사는 법관에 대한 통상적 경로와 절차에 따라 임 전 차장에게 보고했고, 임 전 차장은 그런 목적에 맞게 그 정보를 사용했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신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제 보고는 사법행정상 정당한 조치로서 공무상 비밀누설이나 법관 수사 저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무죄 확정까지 3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지만 검찰 수사와 기소가 잘못됐다는 것이 뒤늦게라도 밝혀져 다행"이라고 밝혔다.
사법농단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前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변호사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양승태 前대법원장과 임종헌 前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1심이 진행 중이고, 재판 개입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前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이태종 前서울서부지법원장은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 ‘정운호 게이트’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2016년 4월 서울구치소에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폭행한 사건을 계기로 전관예우와 고액 수임료 등 법조 비리 의혹이 불거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