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병상 부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이미 80%를 넘어섰고, 수도권 병상 배정 대기자는 804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중환자 병상 추가 확보와 병상 효율화 방안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가파른 위중증 환자 증가세에 대응하긴 역부족일뿐더러 의학적으로 부적절한 대응이란 비판이 나온다.
2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120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주말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통상적으로 주말은 검사자 수 감소로 확진자 수가 주중보다 적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확산세가 더욱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서울 1315명, 경기 988명 등 수도권 확진자가 2506명(국내 발생 확진자 중 80.9%)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지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계적 일상회복 체계의 중요 지표인 위중증 환자는 517명으로 집계돼 이틀 연속 500명대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 17일부터 일별로 522명→506명→499명→508명→517명을 기록해 500명 안팎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확산이 지속 중인 수도권에 위중증 환자를 치료할 병상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 병상가동률은 이미 80% 넘겼거나, 80%에 근접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1.5%(687개 중 560개 사용)로 전날(79%) 대비 하루 사이 2.5%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에 남은 중환자 병상은 서울 59개, 경기 52개, 인천 16개 등 총 127개뿐이다. 감염병 전담치료병상 가동률은 수도권 76.9%(4661개 중 3585개 사용), 전국 65.3%(1만53개 중 6567개)다. 병상 배정 대기자 수는 804명으로 전날보다 145명 늘었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 확진자를 비수도권으로 이송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병상 확보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비교적 상태가 호전된 환자를 1시간 이내 범위에서 비수도권으로 이송해 수도권 병상 여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5일과 12일 두 차례 행정명령으로 확보 중인 준중증 병상 454개, 중등증 병상 692개 확충도 서두르고 있다. 행정명령 외에도 거점전담병원 3곳(255병상), 감염전담병원 4곳(415병상)을 추가 지정할 예정이다.
김부겸 총리는 지난 19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원장들과 진행한 의료대응 간담회에서 "수도권, 비수도권 경계 없이 중환자 병상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는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이 '단순하고 안이한 발상'이라며 의학적으로 위험하고 문제가 많은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 정책위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 대책에 대해 "위험한 발상이다. 수도권 병상이 포화상태인 반면 비수도권은 여유가 있으니 전원시킨다는 기본적인 발상인데, 비수도권 병원이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언급이 없다"며 "발상과 현실은 다르다. 비수도권에 병상은 있더라도 환자를 돌볼 의사와 간호사 등 인력이 부족하다. 병상이 있더라도 가용한 의료 인력이 준비됐는지는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위드 코로나 시행 전 최소한 국립대병원 병상이라도 코로나19 환자 수용을 위해 절반 정도는 확보했어야 하는데 그 정도 준비도 하지 않았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자원을 분배했어야 하는 것인데, 최소한으로 준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현 사태의 근본적 문제는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다는 것"이라며 "병상 부족문제가 터졌다면 최소한 3주 전부터 대비했다면 빠르게 대응했을 텐데, 국립대 병원들 사이에서부터 통합을 못하면서 준비가 안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