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인 송암사에 이어 신풍제약 또한 부채 탕감에 주력하자 일각에선 당초 매각 목적으로 밝힌 생산설비 개선 및 연구개발과제 투자는 뒷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신풍제약의 지난 3분기 총부채는 493억원으로 전년 동기(2195억원) 대비 78% 감소했다. 단기차입금이 100% 가까이 줄어들면서 전체 부채 비율도 함께 내려갔다.
같은 기간 신풍제약의 영업손실은 80억6826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영업이익 45억9186만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우선 신풍제약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보이던 지난해 9월, 신풍제약은 21일 자사주 128만9550주를 2154억원에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신풍제약 입장에선 자사주 매각 한 번으로 전년 당기순이익(44억원)의 약 50배 가까운 시세차익을 맛본 셈이다.
블록딜은 매도자가 사전에 자신의 매도 물량을 인수할 매수자를 구해 장이 끝난 이후 지분을 넘기는 거래로, 다음날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자사주 매각은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신풍제약의 자사주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22일 장중 한때 하한가 13만5500원에 근접한 13만6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어 이 회사의 주가는 22일부터 29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며 블록딜 여파가 지속됐다.
올 4월 최대주주인 송암사도 신풍제약의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했다. 지난 올 4월 27일 장 시작 전 신풍제약은 최대주주 송암사가 200만주(8만4016원)를 1680억원에 시간 외 매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 이슈로 주식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이후 하루 매도 물량 기준 최대치다. 이날 신풍제약의 주가는 최대주주 지분 매각 소식에 15% 급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송암사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유입된 현금으로 35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주담대)을 상환했다. 송암사는 그간 신풍제약의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IBK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KB증권 등 여러 증권사로부터 신풍제약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바 있다.
블록딜 직후 송암사는 매각 자금을 신규 투자 등에 쓸 계획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지만 우선 빚부터 갚아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송암사의 지난해 말 총 부채는 393억원으로 2019년 말 607억원에서 절반가량 줄었다. 주담대 350억원까지 상환하고 나면 사실상 부채는 거의 사라진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채무변제에 현금을 그만큼 많이 사용한 것은 매각차익을 염두에 둔 것으로 설명된다”며 “부채 비율을 낮추는 것 자체는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박수 받을 일일 수 있지만 매각 목적이 투자였기 때문에 주주들 입장에선 회사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풍제약 소액주주들은 최근 무기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의 자사주 매각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해 왔으나 무대응 원칙으로 일관하자 행동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