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둠의 경고 ‘스태그플레이션’ 기로에 서다

2021-11-1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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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만큼 경기 부양 못 따라가

증권가 "인위적 경기부양 부작용" 경고

일부선 "구매력 높아 SP 우려 과도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경제가 심상치 않다. 서민 경제는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상승)에 타격을 받고,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국제유가·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돈을 벌기 버거워지는 중이다.

그 결과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살아날 분위기가 아니다.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최근 증권업계가 한목소리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내년도 경제와 증시를 예단해보는 보고서를 내는 중이다.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내년도 경제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황이 한꺼번에 오는 현상을 말한다. 스태그네이션(stagnation·불경기)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조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물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긴축적 통화정책이 이어지면서 성장률이 낮아진다면 높은 물가와 결합한 스태그플레이션 발생이 우려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쉽게 말해 물가 상승에 경기 부양이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 연구원은 "부채 관리를 위한 고인플레이션의 용인과 함께 구매력이 회복하지 못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최근 '닥터 둠'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언론 칼럼을 통해 "이미 경미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는 진단을 내린 바 있다.

최근 스태그플레이션은 과거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전 세계를 덮친 스태그플레이션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원인이 다르다. 오일쇼크는 산유국들이 의도적으로 자원을 틀어쥐면서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이었다. 그 결과 다국적 기업이 차지하고 있던 세계 석유고 점유율 대부분이 스태그플레이션을 기점으로 산유국 산하 국영기업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최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각국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대부분의 국가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푸는 과정에서 부채가 늘었는데 이제는 갚을 시기가 됐다. 하지만 이를 갚을 만큼 경기 부양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주식과 부동산은 거품이 끼는데 실제 경제에는 큰 도움이 못됐다는 얘기다. 그 결과 고물가를 버티면서 빚을 갚아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미봉책에 따른 부메랑을 맞은 셈이라는 게 증권가의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게 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최근 글로벌 물류대란을 불러온 공급망 차질이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부터 진행 중인 공급망 차질이 4분기까지 심화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이슈로 비화 중"이라며 "물가 상승은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가중되고 스태그플레이션(물가↑·성장↓) 상황이 완화되더라도 인플레이션(물가↑·회복↑)이 더해지는 구도"라고 분석했다.

한편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구매력(임금)이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고 재고를 채울 유인이 있다"며 "그 결과 교과서적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기는 힘들지만 시장의 성장률보다 물가 상승률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라는 해석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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