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타나와 함께라면 세상 어딜 가든 두렵지 않다.(擁有桑塔納,走遍天下都不怕)."
1997년 등장한 상하이폭스바겐의 산타나 광고 문구다. 산타나, 중국어로는 '쌍타나(桑塔納)'라 불린다. 중국 부자들만 몰던 드림카에서 생애 첫 차, 웨딩카, 택시, 운전면허장 연습차까지 쌍타나는 40년 가까이 중국인과 함께 한 '추억의 차'다.
쌍타나는 독일 폭스바겐이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과 합작해 생산한 첫 차종이다. 1984년 4월 11일, 상하이폭스바겐 공장에서 첫 양산을 시작한 쌍타나는 이치폭스바겐의 제다(捷達·제타), 푸조시트로앵 푸캉(富康·CX)과 함께 중국 내 합자 자동차 브랜드가 중국에 첫 출시한 차종 '3인방'이었다. 지금은 제다도, 푸캉도 중국서 단종됐지만, 쌍타나만큼은 유일하게 38년간 명맥을 유지해왔다.
중국인의 쌍타나 사랑은 뜨거웠다. 1993년 연 생산량 10만대를 돌파하면서 22년 연속 중국 국내 판매량 1위를 장식했다. 38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월 1만대 넘게 팔리는 상하이폭스바겐의 인기차종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4만대 이상이다. 같은 기간 상하이폭스바겐 전체 판매량의 12%가 넘는다. 판매량으로는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38년간 중국서 쌍타나 구매 고객만 624만명에 달한다.
독일은 물론 미국, 일본, 멕시코 등지에서 이미 단종됐지만,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 만큼은 쌍타나 브랜드를 계속 유지했다. 원래는 폭스바겐 2세대 파사트를 기반으로 했던 중형 세단급 쌍타나는 2012년부터는 완전히 중국인을 겨냥한 중국 전용 준중형 세단으로 거듭났다.
그런데 최근 중국 자동차 업계에 상하이폭스바겐이 38년 만에 쌍타나 생산을 중단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온라인에 공개된 상하이폭스바겐 양저우 공장의 내년 차종 기술개조 계획에는 쌍타나 생산량 계획이 '0'으로 돼 있다. 상하이폭스바겐 측은 부품 부족 문제로 쌍타나 생산라인을 다른 차종에 배정해 생산이 잠정 중단된 것이지, 단종은 아니라고 애써 부인했지만, 업계는 이미 쌍타나와의 '이별'을 예감하고 있다.
상하이폭스바겐이 꾸준히 잘 팔리는 중국 '국민차' 쌍타나를 단종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저탄소·친환경 정책 때문이다. 최근 신에너지차가 중국 곳곳 도로를 점유해 나가는 가운데, '기름먹는 하마'로 낙인 찍힌 쌍타나는 사실 오늘 내일 단종될 '시한부' 처지였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은 이미 2035년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상태다. 대신 현재 중국 자동차 생산의 5%를 차지하는 전기차를 비롯한 신에너지차 비중을 2035년 50%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완성차 업계에 의무적으로 신에너지차를 일정 비율 생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신에너지차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더블포인트, 중국어로는 이른바 '솽지펀(雙積分)'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완성차업체가 생산한 내연기관차 연료소모량과 신에너지차 생산량에 대해 포인트를 매기는 방식인데, 간단히 말하면 연료소모량이 많은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할수록 감점되고, 신에너지차를 많이 생산할수록 가점되는 방식이다.
중국 정부가 정한 연료소모량과 신에너지차 생산량 기준 포인트에 못 미치면 외부에서 포인트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최근 중국에서는 포인트 1점당 최저 3000위안, 최고 5000위안(약 9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지정한 완성차업체의 연료소모량 기준치는 100㎞당 5.18ℓ. 하지만 쌍타나의 경우 평균 연료소모량이 100㎞당 5.6ℓ로 기준치를 초과한다. 쌍타나를 1대 생산할 때마다 상하이폭스바겐 포인트가 0.42포인트 깎인다. 감점 포인트는 돈을 내서라도 메워야 되기 때문에 비용이 들고 결국 수익에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상하이폭스바겐은 올 들어서만 쌍타나 14만대 생산으로 5만8000점 포인트를 잃었다. 1점당 최저 3000위안을 주고 구매한다고 계산해도 쌍타나 때문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만 우리돈 320억원이 넘는다.
중국 피스쉰 컨설팅의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 뤄융은 중국 제멘망을 통해 "중국에서 쌍타나는 현재 공식적으로 7만~9만 위안 가격에 팔리는데, 상하이폭스바겐이 쌍타나를 1대 팔아 남는 이윤이 1만 위안 남짓에 불과하다"고 했다. 최근 신에너지차 생산에 주력하는 상하이폭스바겐으로서는 쌍타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포니, 코란도, 무쏘 등 과거 전설의 차종들이 전기차로 부활해 새 출발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쌍타나도 언젠가 전기차로 부활하길 기원하며. 굿바이 쌍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