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올 9월 말 현재 4인의 사외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조현제·한승철·정진영·이찬호씨다. 조현제와 이찬호씨는 각각 경영학·화학 분야와 재무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주목할 점은 신풍제약이 법률전문성을 사유로 임명한 한승철·정진영 사외이사다. 신풍제약은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한 씨와 정 씨를 각각 사외이사로 임명했는데 모두 고위직 검찰 관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18년 3월 사외이사로 선임된 한승철 이사는 과거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검사,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을 지냈다. 2012년 사직 후 현재 대륙아주 법무법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3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재임명됐다. 사외이사와 함께 감사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한 씨는 현재 신풍제약 뿐 아니라 CMG제약 사외이사도 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풍제약이 전직 검찰 고위 관료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데는 최근 불법 리베이트, 탈세 등 각종 논란에 연루되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법당국 수사와 조세불복 소송 등 법률 이슈 해결을 위한 이른바 ‘방패막이’ 선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신풍제약은 최근 몇년 사이 다양한 송사에 연루돼 왔다. 지난 2016년에는 세무조사 후 추징받은 수 백억원의 세금에 대해 조세불복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017년에는 불법 리베이트 문제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최근에도 특별세무조사 종료 후 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 등 약 80억원의 세금을 추징받아 또다시 조세불복에 나설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전관예우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는 “제약업계에서 사외이사 임명 시 전관예우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면서도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 고위 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데는 회사 차원의 목적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신풍제약의 전관 사외이사들이 과거 법조인으로서 크고 작은 법·도덕적 논란에 휘말린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사외이사의 중요한 역할이 회사 경영활동에 대한 견제·감시인 만큼 이사 선임시 능력과 함께 도덕성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한승철, '스폰서 검사' 논란 후 무죄 받아…정진영, 과거 변호사법 위반 의혹 제기돼
한승철 이사는 지난 2010년 4월 방영된 MBC PD수첩의 ‘검사와 스폰서’ 편에서 문건 속 인물로 거론돼 특검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2009년 식사 접대와 함께 현금 1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이었다. 당시 PD수첩은 부산 경남 지역 전현직 검사 57명에게 성접대를 포함한 향응 및 촌지를 제공했다는 중견 건설업체 사장 정모씨의 문건에 대해 다뤘는데 이 문건에 당시 대검 감찰부장이었던 한 씨가 포함돼 파장이 일었다.
법무부는 이 사건으로 한 씨에게 면직 처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구성된 특별검사팀도 한 씨에 대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재판에 넘겼고, 특검은 한 씨에게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심, 2심, 대법원 재판부는 한 씨에 대해 직무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한 씨는 면직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도 승소해 2012년 2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복직됐다 같은 해 5월 사직했다.
한 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은 당시 “한 전 부장이 정씨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고 현금 100만원을 수수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직무와 관련됐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한 씨는 법적으로 무죄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과거 논란은 그의 꼬리표로 따라 다녔다. 대표적으로 2016년 초 당시 국민의당 창당 준비위원회는 한 씨를 영업인사로 거론했다 과거 행적(향응)이 문제돼 철회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정진영 사외이사도 각종 논란에 휩싸인 전력이 있다. 2010년 7월 검찰 퇴임 후 곧바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해 전관예우 논란이 일었다.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하던 2011년 7월에는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이명박 정부가 같은해 8월 정 씨를 청와대 민정수석에 내정하면서 적정성 논란은 더 커졌다. 당장 고위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이 조세 포탈범을 변호하려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가 2011년 7월 시도상선의 서울 서초동 본사를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권혁 회장이 전직 검찰 간부인 정진영 변호사 등 3인에게 각 수 억원씩을 변호사 수임료로 줬다고 기록한 서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당시 선박왕으로 알려진 인물로 20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았다.
권 회장은 국내 대형 법무법인의 변호인 10여명을 변호인으로 선임했지만, 정 씨를 포함한 전관 변호사들은 검찰에 선임계를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변호사법에는 변호인 선임계나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고는 사건을 변호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어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