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드림플러스에서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 한국외대 법학연구소가 주최하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후원하는 리걸테크 학술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소비자법학회장인 이병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인 고철웅 한남대 법학부 교수가 참석해 한국, 독일, 일본의 리걸테크를 둘러싼 법제 동향과 쟁점을 논의했다.
국내 상황을 분석한 정형근 교수는 발제를 통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은 신중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국가의 감독도 받아야 하지만, 변협은 이사회 의결만으로 광고규정을 개정해 법률플랫폼 참여를 금지했다”며 “최근 변협의 일련의 조치는 변호사의 공공성을 현저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사례를 발표한 이병준 교수도 “독일의 경우 리걸테크를 통해 변호사 시장과 법률서비스 시장의 변혁이 오고 있고, 독일 법원은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리걸테크 기업들이 법적 규제에 걸려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을 방지하는 판결을 하고 있다”며 “독일의 입법자는 법률서비스법을 대폭 수정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고, 이런 경향을 우리 입법자와 법원도 참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부회장은 “플랫폼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많이 사용하고, 잘 알고 있는 것은 우리 젊은 세대 (변호사들)”이라며 “기존의 변호사법이 중개와 알선, 유인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데, 법률플랫폼이 유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문직이라서 (리걸테크에 반대하는) 기득권이 아니다. 플랫폼이 이미 기득권이다”라며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에) 대한 규제가 변호사들의 자유권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은 (변호사들에 대해서도) 세밀한 감정으로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형근 교수는 “변호사법에서 광고와 관련해 변협에 위임해준 권한은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치거나 소비자를 해할 우려가 있을 때만 (적용된다)”며 “(법률 플랫폼 가입을 막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고 변호사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부 측 인사로 참석한 마재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은 플랫폼 산업 발전의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봐달라고 요청했다.
마 과장은 “플랫폼은 여러 혁신 IT 기술로 효율적인 거래 수단을 제공한다. 거래 비용을 절감하고, 합리적 경쟁을 만들어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며 “플랫폼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다. 리걸테크처럼 갈등이 높은 분야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는 (계속 논의해야 할) 문제지만, 의료 분야든 모빌리티 분야든 어떤 식으로든 이해관계를 조정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터주지 않으면 한국에서도 다른 나라의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는 날이 올 수 있다.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갈 수밖에 없는 방향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