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늘어나는 불법 사무장병원,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부여 '시급'

2021-11-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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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혜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사진=건보공단부울경본부제공]

2020년 건강보험 적용기준 국민의료비는 86조 5천억원으로 이중 75.3%인 65조 1천억원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함으로써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진료의 용이성과 저렴한 비용으로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동남아 국가 등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나라들의 롤모델로서,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우리 건강보험제도의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요인 중 하나가 바로 사무장 병원이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다른 의사 등의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불법 사무장병원은 영리 추구에만 몰두해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 행위로 국민의 안전, 생명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범이 되고 있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1632개소의 사무장병원이 적발됐고, 부당하게 지출된 건강보험 재정은 3조 5천억원을 넘고 있다. 특히 2019년환수결정금액이 연간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8027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해 재정 누수에 따른 국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적발된 부당이득금 중 실제 환수조치 금액은 1872억원으로 징수율이 5.32%에 그치고 있다. 적발되지 않은 사무장 병원을 포함한다면 재정 누수 규모는 더욱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무장 병원으로 인한 재정 누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면 법률적 권한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에서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사무장병원의 부당이득 편취자들의 재산은닉이 이루어지기 전에 부당이득금에 대한 환수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보험재정의 관리의무가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사권이 없어 자금추적 등을 통한 사무장이 의료기관, 약국을 개설·운영해 성과가 귀속되었다는 사실입증이 어렵고, 불법개설 사실이 의심 또는 확인된 사무장병원은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고 있다.

또 일선경찰은 전담인력과 보건의료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고, 강력사건 등 타 이슈사건 우선수사에 따른 수사 장기화로 적발기관당 평균 11개월의 수사기간이 소요되는 등 범죄수익을 은닉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수사 장기화시에는 보험재정의 누수액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보완책으로 2019년 1월부터 보건복지부는 2명의 특사경을 두고, 운영 중에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직접 수사가 어렵고, 그마저도 면허 대여 약국에 대한 수사권은 없는 상태이다. 지자체 특사경의 경우도 의료기관 개설허가와 불법개설 수사가 동일기관에서 이루어져 수사에 소극적일 수 있고, 수사경험이 적고 잦은 인사이동 등으로 전문성 확보가 어려워 적극적인 사무장병원 적발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무장병원 적발의 전문성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사무장병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가 시급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행정조사 경험자, 전직 수사관, 변호사 등 사무장 병원 조사에 특화된 2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풍부하다.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있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개설 의심기관 분석시스템’ 등 우수한 인프라를 통해 수사에 필요한 정보 파악 및 활용이 용이하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할 경우 현재 평균 11개월이 달하는 수사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할 수 있어, 연간 약 2000억원 재정 누수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되 수사범위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에 한정하는 등의 권한을 법제화 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특사경 추천권을 행사해, 보건복지부 통제 하에 인력을 운영하며, 수사 개시 전 복지부·공단·공급자가 참여하는 수사 심의위원회를 운영, 불법 개설 혐의 의심 건에 한해 수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권이 남용되지 않고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사무장병원 특사경 권한부여와 관련해 지난 20대 국회에서 ‘사법경찰 직무법 개정안’이 입법 발의 됐으나, 회기내에 처리가 되지않아 폐기됐고, 현 21대 국회에서도 다수 국회의원의 입법 발의로 심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각 정당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사무장 병원이 근절되어 국민의 건강 권 보호와 건강보험 재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사법경찰 직무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바란다.

아울러 의료기관 개설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검증을 통해 사무장 병원의 제도권 진입을 차단하고, 이미 개설된 사무장 병원도 적극적인 적발과 함께 자진 퇴출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대한민국에 건강한 의료체계가 운영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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