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익원으로 낙점…가상화폐 커스터디 꽂힌 은행들

2021-11-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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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국내외 은행들이 차기 먹거리로 가상자산 수탁업, 이른바 커스터디 서비스를 낙점했다. 커스터디는 가상자산을 포함한 디지털자산을 대신 보관·관리해주는 수탁 서비스다. 최근 가상자산을 비롯해 미술품, 음악 등 여러 형태의 디지털자산이 나타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디지털자산 시장의 성장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고유업무인 커스터디 서비스를 적용해 수수료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사업 진출에 나섰다. 주로 기관투자자를 대신해 디지털자산을 구매해 주거나 암호화폐 키 보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 해외 은행들 선제적 진출···선도주자는 스위스 본토벨뱅크

해외에서는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 중이다. 국가별 규제 요건에 따라 직접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블록체인 업체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일찍이 은행의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을 허용했다. 본토벨뱅크(Vontobel Bank)는 은행 최초로 은행 및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직접 디지털자산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위스 주 은행인 바슬러 칸토날방크(Basler Kantonalbank)도 스위스 정부소유 은행 최초로 자회사인 뱅크 클러(Bank Cler)를 통해 디지털자산 거래 및 커스터디 서비스 제공 계획을 발표했다.

제도적 환경에 따라 은행들은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해외 지사를 통해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스페인 은행인 BBVA는 은행의 디지털자산 사업이 허용된 스위스에서 지사를 이용해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노무라 홀딩스는 암호화폐 협력 업체 레저(Ledger), 코인셰어스(CoinShares)와 함께 합작 법인 고마이누를 설립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출시했다. 네덜란드 ING은행은 다른 글로벌 은행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영국 FCA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해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했다.

◆ 커스터디 사업 제도권 속으로···미국 은행 진출 활발

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5위 은행인 '유에스(US)뱅크'가 기관투자자 대상 암호화폐 커스터디(수탁) 사업에 진출한다. 

군잔 케디아(Gunjan Kedia) US 뱅크 투자서비스 부문 부회장은 "이번 서비스는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의 프라이빗 키를 보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앞으로 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해당 서비스 출시 배경에 대해 "고객들이 자산군으로서 암호화폐의 잠재력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디아 부회장은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가 승인되면 커스터디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비트코인 ETF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펀드가 많다"면서 "일부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ETF를 승인하는 당일에 바로 계약을 체결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에서는 스테이트 스트리트, 뉴욕멜론은행, 노던트러스트 등 대형 은행들이 가상자산 커스터디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7월 미국에서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이 합법화되면서다. 당시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연방은행과 연방저축협회가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히며 디지털 자산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자산을 수탁하는 업무도 은행의 역할이라고 인정했다. 또 가상자산에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고유의 암호화된 키를 보관하는 것 등이 은행이 제공하는 수탁서비스의 현대적 형태라고도 설명했다.

당해 9월에는 핀테크와 가상자산 기업들이 전국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미국 주마다 다른 감독규정을 단일화했다. 이에 코인베이스 등 주정부 라이선스를 받은 관련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서 운영할 수 있는 단일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국내 은행도 커스터디 사업 눈독···제도 개선 필요

국내 은행들도 가상자산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수탁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세계적 추세에 맞춰 지난해부터 커스터디 사업에 속속 진출했다.

국내 1위 은행 KB국민은행과 해치랩스, 해시드가 투자한 합작법인 한국디지털에셋(KODA), NH농협은행이 헥슬란트와 갤럭시아머니트리 등과 설립한 카르도(CARDO)가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올초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지분투자했다. KDAC은 고객사로 넥슨의 지주사인 NXC와 알파자산운용 등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 7월 코인플러그와 함께 '디커스터디(Dicustody)'라는 합작법인을 세웠다. 디커스터디는 암호화폐와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탈중앙금융(디파이·DeFi) 상품에 투자해 자산을 운용하도록 지원한다. 디파이는 블록체인 기술로 금융회사를 끼지 않고 결제, 송금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중 '지갑서비스업자' 등에 해당돼 금융당국의 신고 수리를 거쳐 영업해야 한다. 신고가 수리되기 위해서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과 사업자의 금융 관련 법률 위반내역, 사업자의 신고·변경 신고 말소 경력 등에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한다. 이들은 거래업자가 아닌 만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국내 금융사들은 제도 미비로 미국 금융사들처럼 직접 커스터디 서비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합작법인 설립이나 전략적 지분투자 형태로 진출한 이유다. 미국은 규제당국의 인가를 받고 커스터디부터 매매 서비스까지 사업을 펼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간접 진출만 가능하다. 따라서, 국내 금융사들도 가상자산 사업에 직접 진출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화 마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김효섭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은 가상자산 시장의 진입규제 확립 등 제도화가 추진되면서 바스트뱅크(Vast Bank)를 비롯한 금융기관의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미국 등 선진국의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규제 논의를 검토해 국내도 금융사가 가상자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제도화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금융당국 차원에서 특금법 개정 이후 구체적 시행령 제정이 미비한 상황을 고려해 커스터디 업무를 위한 준칙 및 가이드라인을 사업자에게 제공하고 컴플라이언스 위반 관리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직 국내는 은행이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업무를 직접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으므로 향후 규제 방향 결정을 위해 미국, 독일 등 은행에서 출시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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