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4일 구속됐다.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이후 좌초 위기에 빠졌던 검찰이 배임 혐의를 연결고리로 윗선 규명과 정·관계 로비 수사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0시30분께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김씨와 남 변호사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와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과 공모해 대장동 개발 사업자 공모지침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대장동 예상 분양가를 15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에 최소 651억 원의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다.
지난달 14일 한 차례 영장 기각으로 부실수사 논란에 직면했던 검찰 수사는 김씨와 남 변호사 신병확보를 계기로 결제라인에 있던 윗선 배임 혐의 수사에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검찰 압수수색 날 유동규와 통화한 이재명 최측근
향후 검찰 수사의 초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대될지 여부다. 이 후보 최측근인 정진상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이 이미 김씨와 남 변호사와 공모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 전 본부장과 검찰 압수수색 당일인 지난 9월 29일 특정 앱으로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 부실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 전 본부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며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통화가 검찰 압수수색 직전 이뤄진 점, 압수수색이 들어오자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던진 점 등에 비춰볼 때 두 사람 간 사건 관련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곽상도 아들 50억원 퇴직금 등 정·관계 로비 수사 속도
대장동 핵심 3인방 신병 확보로 탄력을 받은 검찰의 다음 행보는 김씨가 연루된 로비 의혹 파헤치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곽상도 의원 아들 병채씨가 화천대유에 근무하고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이 뇌물에 해당하는지, 김씨가 성남시와 성남시의회를 상대로 벌인 로비 의혹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과 곽상도 의원을 소환조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성남시의장에 30억원, 성남시의원에 20억원이 전달됐고 실탄은 350억원'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 속 성남시의장은 2012년부터 2년간 의장을 지내고 2013년 2월 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킨 최 전 의장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외에도 △공범으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 구속영장 청구 여부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권순일 전 대법관 등 고위 법조인 출신 변호사들이 화천대유 법률고문을 맡았던 배경 △성남시가 표적 감사 등으로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순차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