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에 연루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배임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화천대유 실질 운영자 김만배씨 영장 기각과 남욱 변호사 체포 후 석방 등 연이은 악재로 수세에 몰렸던 검찰이 대장동 핵심 3인방 배임 혐의를 고리로 윗선 규명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지지부진하던 검찰 수사가 이들의 신병 확보를 통해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이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 및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또 앞서 한차례 기각된 바 있는 김만배 씨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천화동인 4호 1인 주주 남욱 변호사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냈던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분배대상인 예상 택지개발이익을 평당 15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축소하고 화천대유가 직영하는 5개 블록상의 아파트·연립주택 신축, 분양이익에 대해 공사의 이익환수를 배제하는 등 각종 특혜를 주는 방법으로 최소 651억원 상당 택지개발 배당이익과 수천억원대 시행이익을 화천대유가 취득하게 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아울러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지난 1월 김씨로부터 특혜에 대한 대가 명목으로 뇌물 5억원(수표 1000만원권 40장, 현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도 적용했다. 특히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공소사실에 담긴 배임의 공범 등 혐의로 김씨와 남 변호사, 정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영학 회계사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정 회계사를 유 전 본부장 공소사실 공범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김씨 등 3명에 대한 구속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검찰, 정민용 '대장동 4인방' 배임 의혹 핵심 연결고리 판단
검찰이 정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는 '대장동 4인방' 배임 혐의에 대한 단초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변호사가 작성에 깊숙이 관여한 공모지침서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얻을 이익이 1822억원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모지침서 내용 중 초과이익환수 조항은 사업 협약 과정에서 삭제되기까지 했다. 정 변호사는 이를 2015년 2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는 윗선 배임 혐의를 밝힐 핵심 사항으로 꼽힌다.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포함되지 않는 과정이 유 전 본부장의 독단적 결정이 아닌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관여나 지시로 이뤄졌다면, 공익을 추구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장의 임무를 위배해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으므로 배임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정 변호사가 이 후보에게 직접 보고한 적이 없으며 다만 실무자들 합동회가 2∼3차례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공사 퇴직 직전인 지난해 11월 비료 수입·판매업체인 유원오가닉을 설립하고 이후 사명을 유원홀딩스로 변경했다. 유원홀딩스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실소유한 회사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대장동 이어 위례·백현동으로 검찰 수사 확대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달 여러 차례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면서 대장동과 위례신도시뿐만 아니라 백현동 개발 사업 관련 자료도 확보했다.
백현동 사업은 백현동 516 일원 11만1265㎡ 부지에 아파트 15개 동 1223가구 규모로 이뤄졌다.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백현동 관련 자료도 확보한 것은 대장동 뿐만 아니라 위례신도시, 백현동 사업 등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성남시 개발 사업 모두를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장동 관련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다른 유사한 개발 비리 의혹을 조사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