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무대에서 가장 자유로운 스우파 댄서들과 나눈 이야기

2021-11-0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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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많은 것에 허락을 받는다. 진로를 결정할 때 부모의 허락을 받고 회사에서 새로운 걸 하고 싶을 때는 회사의 허락을 받는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허락 없이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어느날 광화문을 걷다가 교보빌딩에 붙어있는 글판이 눈에 띄었다.

“허락은 필요없어. 춤만큼은 마음 가는대로”라는 말이 써있었는데 이 말이 너무나 강렬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할 때 빛나고 행복한데 주위의 시선과 여건 등 많은 것의 이유로 나중으로 미루고 포기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우파)’에 나오는 댄서들이 너무 멋져 보였다.

과거에 여성댄서하고 하면 ‘쇼적인 부분’ ‘볼거리’ 등으로 여기며 가벼운 느낌이나 뉘앙스로 인해 시선이 안 좋았던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춤’을 이어가며 ‘리더십과 열정, 의리, 우정 등을 보여주는 댄서들이 너무 멋있어보였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그들은 가장 자유로워 보였다. 그래서 이들을 인터뷰 하고 싶어서 요청을 했고 성사가 돼 이야기를 나눴다. 가비, 리헤이. 허니제이, 아이키의 인터뷰다.

 
 

[사진= 엠넷 제공]
 

Q. 처음 ‘스우파’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A. 가비: 첫 촬영 때 약자 지명 배틀을 하고 너무 재밌었어요. 근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사랑을 쏟아주실 줄은 몰랐거든요. 그래서 더욱 영광이었어요. 콘서트가 1분 만에 매진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관심의 한가운데 있다는 걸 느꼈어요(웃음). 다음 시즌을 노리는 댄서들이 많아요. 계속 시즌이 나와서 댄서들이 계속 조명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리헤이: 댄서 프로그램이 나온다는 것 자체로 놀랐어요. 우리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셔서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근데 엄청 많은 분들이 봐주셨더라고요. 댄서들이 너무 고생했고 너무 힘든 스케줄에도 멋진 무대를 보여줬는데 잘 안되면 진심으로 속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리고 영광이었어요. 처음에 이 ‘스우파’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응원도 걱정도 많이 받았는데 스우파가 10까지는 나왔으면 좋겠어요.

허니제이: PD님이 미팅 때 팬덤 얘기를 했는데 아이돌도 아닌 댄서에게 팬덤이 생긴다는 게 이뤄질 수 있는 일인지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했어요. 어쨌든 재밌게 즐기며 좋은 추억 쌓자고 시작했는데 가면 갈수록 열풍이 되어가더라고요. 어느 순간 책임감이 생겼어요. 우리나라에 멋진 댄서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관심이 왔다는 게 다른 분들에게 미안해지기도 했어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해서 하게 되고 예민해지기도 했어요. 무탈하게 끝나서 모두에게 감사해요. 내 주변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에요. 주변에서 '스우파'는 물론 예능까지 욕심내는 친구들이 많아요. 전체적으로 댄서신 분위기도 업 돼있는 상태거든요.

아이키: 스우파에 대한 얘기를 나눴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자 친구들과 나와서 잘 못하면 어떻게 보여질지가 두려웠어요. 친구들은 아직 어리고 상처받을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걱정했거든요. ‘스우파'는 실력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한 사람 한사람의 캐릭터와 성격, 춤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보여줬기 때문에 잘 됐다고 생각해요. 춤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성격이 묻어난 밈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어요. 대중분들의 일상에 파고들어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그래서 더 행복해요. 첫 시즌 출연 크루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이 가장 순정적이잖아요. 앞으로 시즌이 계속되면 인기 때문에 출연하려는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해서 시간을 두고 고려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메가크루 미션에서 도와주신 댄서분들이 너무 많았는데요. 주변에 감사한 분들이 많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사진= 엠넷 제공]


Q. '스우파'를 통해 댄서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스스로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을 것 같아요.

A. 가비: 댄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가수를 빛내주는 사람에서 얼마나 개성있고 실력있는 사람들인지를 봐주시는 것 같아요. 우리가 예능에 나가는 것 자체가 이상하고 꿈같고 믿기지 않아요.

리헤이: 댄서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서 너무 감사해요. 프로그램 이후 제일 많이 변한 건 주인공이 내가 된 거예요. 잡지 안에 댄서 페이지가 따로 들어가고 예능에 나온다는 것 자체로 놀라운 일이라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허니제이: 프로그램이나 광고 러브콜이 많이 들어오긴 했어요. 일반적으로 여성 댄서라고 하면 쇼적인 부분, 볼거리 같은 뉘앙스의 가벼운 느낌이 있었다면 프로그램을 통해 여자들의 리더십, 우정, 의리, 열정 등을 보여드리면서 진정성이 커진 것 같고 더 멋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아이키는: 지금 도전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확실히 좋은 방향성이 된 것 같아요. '춤'은 안정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은데 프로그램을 통해 남녀를 불문하고 춤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실히 열어주신 것 같아요. '스맨파'도 나왔으면 좋겠어요(웃음).


 

[사진= 엠넷 제공]



Q. '댄싱나인' '힛 더 스테이지' 등 기존 Mnet 댄스 프로그램은 많는데요. 그럼에도 '스우파'가 유독 사랑받은 이유는 뭘까요?

A. 가비: 제작진분들이 정말 재미있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잘 만들어주셨어요. 너무나 캐릭터가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의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리헤이: 팀별로 컬러가 겹치는 게 없고 각자 색이 확실해서 다양성을 보여줘서 티키타카가 잘 맞은 것 같아요.

허니제이: 초반에 댄서들은 잃을 게 없다보니 눈치 볼 게 없었어요. 인지도가 있는 것도, 잃어버릴 이미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까 가식 떨 것도 없고 생이 나왔어요(하하). 초반에 '삐'가 많이 나온 것도 필터링이 없었던 거에요. 그래서 더욱 신선하다고 느끼셨을 것 같아요. 연예인이 아닌 춤을 잘추는 일반인들이 나와서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동질감을 느끼셨을 것 같기도 해요. 오래된 신이기 때문에 이 안에 있는 스토리, 각자의 춤이 정말 리얼이다 보니 진정성이 있다는 부분에서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아이키: 댄서들의 솔직함이 담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만의 솔직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린 것 때문인 것 같아요.

 

[사진= 엠넷 제공]


Q. 크루로 단체로 활동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요. 특히 각자의 개성이 강한 댄서들이라면 더욱 화합과 융화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이들을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펼쳤나요?

A. 가비: 리더십은 어려요. 팀마다 발휘해야 하는 리더십이 다르거든요. 틀린 리더십, 맞는 리더십은 없어요. 각자 실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계속 각자의 의견을 물어보고 취합하는 일을 계속해야 됐어요. 친구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 분위기를 밝고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게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거라 중점적으로 했어요.

리헤이: 각자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고 밀어주자는 얘기를 했었어요. 그게 저의 큰 숙제였거든요. 묵직하게 항상 다독여주는 역할을 했었어요,

허니제이: 저는 개인주의를 좋아해요. 내가 중심을 잘 잡아야 남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뭔가 하자고 얘기했을 때 딱 모이는 게 우리 팀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아이키: 제가 생각한 리더는 제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의 부족함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축구팀이고 내가 플레이어이자 감독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사람이라면 강점과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에 공격과 수비를 나눴어요(하하).

Q. '스우파'는 "잘봐 언니들 싸움이다(허니제이)", "헤이(가비)" 등 수많은 명언과 어록을 남겼어요.

A. 가비: 노제의 '괜찮아요'를 우리끼리 많이 해요(웃음).

리헤이: “춤을 쉽게만 추려고 그래. 어려운 걸 춰야지. 쉽게 출거면 하지 말라고 해라”는 멘트를 제가 한적이 있는데요. 댄서가 발전하려면 더 노력하고 연습하고 실력을 키워야하는 게 맞으니까 막내한테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허니제이: 그때 상황이 분위기가 진짜 안 좋았어요. 배틀 목적이 워스트 댄서를 넘겨주는 거였는데 여기에서 지면 워스트 댄서가 되는 거다 보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나와 모니카 언니 배틀 전에 배틀을 끝낸 친구들 중 속상해서 우는 친구들도 있었고 분위기가 심각했거든요. 생각해보면 이게 인생의 전부도 아닌데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힘들어하고 있으니까 안타까웠어요. 저도 물론 당황했어요. 언니가 저를 골라서 당황한 건 사실이에요. 근데 언니랑 워낙 친하고 언니랑 하면 즐길 자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얘들아 잘봐. 너희가 침체돼 있을 이유가 없어. 언니들이 재미있게 해볼게'라는 의미로 했던 거예요.

Q. 수많은 응원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나요?

A. 가비: '맨 오브 라치카' 미션을 하면서 '별종'이란 단어를 언급했었는데 어떤 분이 “장애를 가진 내 아들을 보면서 이 무대를 감상했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그런 의미를 갖고 우리 무대를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키는: ’미션이 끝났는데 또 보러왔다'는 말이요. 누군가에게 기억 남는 무대를 보여줬다 싶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사진= 엠넷 제공]


Q. 크루들이 꼽은 베스트 워스트 미션은 뭔가요?

A. 가비: 메가크루는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진 않았어요. 너무 하고 싶었고 간절한 무대였거든요. 즐겁게 했던 미션이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죠. 가장 힘들었던 미션은 파이널이었어요. 마지막인데 잘 장식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시간이 좀 부족한데 마음은 급해서 힘들었어요. 가장 뿌듯했던 건 '맨 오브 라치카' 미션이었어요.

리헤이: ‘맨 오브 우먼' 미션은 우리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친구들을 불렀어요. 그 친구들이 더 신경을 써줬거든요. 우리가 많이 지쳐있는 상황에서 힘을 많이 줬어요. 응원을 받으면서 준비하니까 무대 자체로 부담이 덜 되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Q. 홀리뱅은 우승을 차지했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A. 허니제이: 우리가 잘했다기 보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역할이 컸어요. 초반의 내 불운도 큰 몫을 한 것 같고요.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허니제이 1등하는 거 한번 보자'는 댓글을 봤을 정도로 내 불운이 응원을 자아낸 것 같아요. 결국 파이널에 올라온 팀들이 리얼 팀이더라고요. 급조된 팀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사람끼리도 끈끈한 정을 쌓은 게 무대에서도 다 보이는 것 같어요. 가족 같은 사람들이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진심으로 다함께 노력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담겨서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 것 같아요.

Q. 훅은 준우승을 했는데요. 소감 한말씀 해주세요.

A. 아이키: 운이 좋았어요. 성장드라마가 잘 보여진 것 같아요. 원래 잘했던 사람에게는 더 기대하게 되는데 우리는 사제지간에 멤버들이 어리기도 했었고 그런 부분에 대해 보시는 분들의 기대는 덜했을 거예요. 그런데 할수록 많이 즐겼어요. 나도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기도 했어요. 나보다 이 친구들의 멘탈이 더 강하더라고요(하하). 그런 게 합쳐져서 유쾌하고 재미있는 훅 친구들의 진솔함이 퍼포먼스에 담기기도 했고 운도 좋았던 것 같아요.

Q. 서로 라이벌이지만 한편으로는 친구, 언니 같은 친근함이 느껴졌어요.

A. 허니제이: 코카앤버터를 보며 잘 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이 친구들이 계속 나와 함께 했다면 그 무대를 보지 못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걸 그 무대를 보며 느꼈어요. 그걸 보면서 지금의 동생들한테도 나 때문에 못하고 있고, 내가 막고 있는 뭔가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리헤이: 우리가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좀 더 열심히 했던 건 맞아요. 좀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우리도 이만큼 잘한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가비: 처음엔 라이벌 구도로 나왔지만 정말 리스펙트 하는 언니이자 팀이에요. 훅이 정말 멋있었어요. 특히 메가크루 영상을 보면서 외국 대회 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거든요.

아이키: 메가크루 미션에서 라치카 무대가 너무 좋았어요. 솔직히 가비가 좀 얄밉긴 한데 인정했어요(하하하). 결과가 이상하게 나오긴 했지만 내 마음의 원픽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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