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은 재임 기간 동안 교황 면담을 추진해왔다. 한반도 문제를 언급하며 남북통일과 평화를 위한 교황청 차원의 지지를 요청하는 계기로 삼아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교황청을 공식 방문, 오전 10시 30분부터 20분간 프란치스코 교황과 배석자 없이 면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에게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면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돼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면서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느냐.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과 교황의 7번째 면담이다.
현직 대통령 재임 기간 바티칸을 찾아 교황과 두 차례 면담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김대중(2000년 3월)·노무현(2007년 2월)·이명박(2009년 7월)·박근혜(2014년 10월)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각각 한 차례씩 바티칸에서 교황을 면담했다.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사목(司牧·신도를 지도하는 일) 방문 차 아시아 순방에 나섰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하면서 서울에서 첫 접견이 이뤄졌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교황청을 찾아 두 번째 면담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3월 4일 교황청을 국빈 방문했다. 취임 후 2년 1개월 만에 교황청을 찾아 당시 교황 바오로 2세를 예방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국제 평화를 위한 일환으로 교황에게 방북을 제안했다.
김 전 대통령은 금속제 거북선 모형과 백자항아리를 선물했다. 교황은 김 대통령에게 자신의 초상이 새겨진 기념 메달과 바티칸 박물관 안내 책자를, 이희호 여사에게는 로사리오 묵주를 선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4년째 되던 해인 2007년 2월 15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면담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번영 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며 방한을 요청했다.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당사국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었다. 교황은 북한의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교황에 고려청자인 '상감청자'를 선물했다. 교황은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메달과 문양, 교황 문장이 새겨진 기념패를 노 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5개월여 만인 2009년 7월 9일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했다. G8 확대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교황 면담이 성사됐다.
이 전 대통령은 교황에게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상황을 설명하며 북한 주민의 굶주림 등 인권 문제를 지적했다. 교황에 방한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교황은 빈곤 국가의 식량난 해소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남북통일을 기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시 정진석 추기경이 기도하는 사진과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 등 책 2권을 선물했고, 교황은 1600년대 베드로성당과 아직 다 완성되지 못한 베를리니 기둥을 담은 스케치화를 답례로 선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8개월 만인 2014년 10월 17일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면담했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을 계기로 교황청을 찾았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같은 해 8월 방한하면서 2개월 만에 두 번째 면담이 성사됐다.
박 전 대통령은 한반도 상황을 설명하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심과 기도를 부탁했다. 교황은 동북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화답했다.
앞선 방한에서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고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 전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아시아 국가 방문에 사의를 표명하고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한 노력 의지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교황이 방한한 자리에서 모든 인류를 애정으로 감싼다는 뜻을 담은 ‘화목문 자수보자기’를 선물했고, 교황은 답례로 동판화로 된 ‘로마 대지도’를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평양공동선언 직후 북한에 대한 조건부 대북제재 완화 공론화를 위해 유럽 5개국 순방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했다.
백두산 천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교황을 평양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확인한 문 대통령은 면담 과정에서 이 사실을 전달했다.
교황은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탈리아어로 ‘나는 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로 “소노 디스포니빌레(sono disponibile)”라고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교황에 예수님 얼굴상과 성모마리아상을 선물했고, 교황은 직접 축성한 묵주와 함께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를 선물했다.
한편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문 대통령의 바티칸 교황청 방문을 수행하며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 추기경과 한반도 평화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 턱슨 추기경은 교황청 내 기후변화 이슈를 담당하는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장관이다.
이 장관과 턱슨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고 한국인의 염원인 평화적 통일을 위한 교황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또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과 만나 “북한 주민의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WFP가 선도적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