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소희는 성장하고 있다. 2017년 SBS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를 시작으로 MBC '돈꽃', tvN '백일의 낭군님', '어비스' 등 매번 차근차근 자신의 경력을 쌓아왔다. 지난해 JTBC '부부의 세계'는 한소희의 풍부한 감성을 발견, 대중과 업계를 놀라게 할 정도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올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마이네임'은 그의 넓은 스펙트럼과 연기에 관한 진정성을 알 수 있었던 작품이다. 차근차근히 한 걸음 하지만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는 정직한 발걸음은 한소희의 내일을 기대하도록 만든다.
아주경제는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감독 김진민)의 주인공 한소희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이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 분)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작품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오징어 게임' 증후군(신드롬)에 이어 '마이네임'까지 넷플릭스 세계 랭킹(플릭스패트롤 집계 기준)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마이네임'이 공개된 지 얼마 안 돼서 사실 실감이 안 나요. 이렇게 많은 이가 봐줄지 몰랐어요. 좋아해 주시고, 작품 내용을 해석하고 분석해주시는 모습까지 정말 감사해요."
'마이네임'의 뜨거운 인기에 주변 반응은 어떨까? 그는 "겁이 나서 확인을 못 하고 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주변 분들이 잘 봤다고 연락을 하시는데 사실 겁이 나서 아직 확인을 못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저의 다양한 면을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죠. 늘 나 자신에게 만족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처음 완성된 작품을 봤을 때 나의 단점들만 집요하게 보려고 해서 힘들었어요.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 작품 자체를 즐기려고요."
한소희는 가족들의 반응도 전해주었다. 평소 할머니에게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왔던 그는 "할머니께서도 '마이네임'을 보셨다"라고 답변을 이어갔다.
"할머니께서 스마트폰 메신저를 사촌 동생한테 배워서 엄청 빠르시다. '마이네임' 공개 날에 메시지가 왔는데, '맞는 장면을 볼 때마다 혈압이 올라서 차마 눈을 뜨고 못 보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그래도 이렇게 고군분투해서 작품을 잘 마무리한 게 대견하다고 하셨어요."
극 중 한소희는 오직 복수를 위해 조직에 들어간 후, 자신의 이름마저 버리고 경찰에 잠입하게 되는 지우 역을 맡았다. 전작의 이미지를 완전히 걷어내고 한소희의 새 얼굴을 각인시킬 만한 캐릭터였다. 그는 섬세한 인물 내면 묘사는 물론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해내며 원톱 주연으로서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사실 극 전체를 끌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졌어요. 김진민 감독님께 의지 아닌 의지를 했죠. 다행히 박희순 선배님, 김상호 선배님께서 양 축으로 무게 중심을 가지고 계셔서 힘이 많이 됐어요."
한소희가 연기한 '지우'와 '혜진'은 혼란과 괴로움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다.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범인을 찾기 위해 분투하며 경찰과 범죄 조직 사이에서 혼란을 느낀다. 또 진실을 마주했을 때 무너지는 심리는 보는 이들까지 괴롭게 만든다.
한소희는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기 위해 여러 연구를 거듭했다. 인물 심리, 액션 등을 위해 여러 레퍼런스를 접했고 김진민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가 '지우' '혜진'을 두고 내린 결론은 "목표성과 방향성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목표,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고 했어요. 접해보지 않은 경험을 받아들이고 '지우'와 '혜진'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두 인물과 저의 교집합을 고민했죠."
한소희가 생각하는 교집합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목표를 정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리는 점"이라고 답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답이었는지 흔들림 없이 명확한 목소리였다.
"목표 지점을 잡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린다는 게 닮았어요. 특히 저는 지우에게서 저와 닮은 점을 많이 보았어요. 감정적이긴 하지만 무모하고 날 것 자체인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요. '지우'에게서 저의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오히려 5년 후 '혜진'의 모습에 고민이 많이 됐죠. 제가 가진 감정을 '지우'가 되었을 때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 많이 했어요."
한소희는 '지우'와 '혜진'이 되기 위해 외적으로도 큰 노력을 거쳤다. 엄청난 액션량을 소화하기 위해 10㎏을 증량했고 피폐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초코파이만 있으면 10㎏은 무조건 증량할 수 있어요. 하하하. 무술 감독님께서 연습 후에 닭칼국수를 자주 사주셨어요. 운동하면서 활력이 되었던 건 점심, 저녁, 간식 시간이었거든요.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고 그만큼 잘 먹으니까 10㎏이 늘어있었어요. 정말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한 거 같아요."
그는 인물의 외적 디자인을 위해 분장팀과 많은 고민을 나누었다.
"분장 선생님께서 정말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우리는 '어떻게 하면 예뻐 보일까?'보다 '어떻게 하면 더 아파 보일까?' '지쳐 보일까?' 이야기를 많이 했죠. 입술을 마르게 만드는 칠을 자주 하고 피폐해 보일 수 있도록 다크서클이 드러나도록 했죠.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니 잘 어울리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자신도 "온몸을 던졌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액션에 진심이었던 그는 온몸이 멍투성일 정도로 매일 바닥을 구르며 싸워왔다.
"작품을 몰아서 보고 느낀 건 '아, 정말 열심히 하긴 했구나'였어요. 하하하. 액션 하면서 힘들어하는 호흡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모습도 사실 뿌듯하게 느껴졌어요."
액션만큼이나 내면 연기도 치열했다. 한소희는 극 중 '지우' '혜진'이 겪는 감정을 꼼수 없이 그대로 체화했다.
"저는 에너지를 비축해두기보다는 작품 찍는 동안 스스로 벼랑 끝으로 내모는 성격이에요. '마이네임'을 찍는 내내 촬영하는 날, 쉬는 날 구분 없이 힘들었어요. '지우'로 5~6개월을 살았던 거 같아요. 정신 상태를 걱정할 정도로요. 매 순간 힘들었지만, 현장의 좋은 에너지를 받아서 견딜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마이네임'에 진심을 담아서 임했던 한소희. 그는 앞으로도 모든 작품에 온힘을 쏟고 싶다며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대체할 수 없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할 때 '이 캐릭터만큼은 나 아니고서야 대체할 수 없도록 하자'는 마음으로 임해요.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를 하고 싶은 것도 그런 마음에서 비롯되는 거 같아요.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잘 해내고 싶어요. 그런 마음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거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