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미국의 반도체 기업 정보 제공 요청과 관련해 "우리 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는 첫 회의 1호 안건으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리 반도체 기업에 요구한 기밀 정보 제출 사안을 다뤘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23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최근 3년간 매출·생산·재고·고객정보 등을 45일 안에 스스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마감 시한은 11월 8일이다.
참석자들은 국내외 업계, 미국과 주요국 동향 등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홍 부총리는 "우리 정부는 한·미 간 반도체 협력 파트너십에 기반해 이번 이슈와 관련해 긴밀히 협력해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 기업의 우려 사항을 다양한 채널로 미국 측에 전달했고, 앞으로도 적극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세 가지 주요 기조도 전했다. 홍 부총리는 "민감 정보를 감안한 기업 자율성과 기업 부담을 완화할 정부 지원, 한·미 간 협력성 등에 바탕을 두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미국 측이 정보를 요구한 대상 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 소통도 강화한다. 홍 부총리는 "특히 정부는 기업계와 소통 협력을 각별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주요국·관련 업계 동향을 기업들과 공유해 적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정보 제출 기한인 다음 달 8일 이후에도 긴밀히 소통해 우리 기업부담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기술패권 상황에서 우리 기술을 육성·보호할 전략을 두 번째 안건으로 논의했다. 기술·안보·산업·통상 등 다양한 영역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최근 공급망 재편으로 첨단 기술 확보와 보호가 대외경제 안보 핵심 사안으로 떠올라서다.
홍 부총리는 "선제적 기술 확보 대책 마련과 범부처 차원의 촘촘한 기술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기술블록화 가속화에 대비한 핵심적인 기술 확보 방안, 기술·인력 유출 방지를 위한 기술안전망 구축 방안, 국제공조와 전략적 협력 방안을 중점 논의했다.
세 번째 안건으로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 관련 동향과 대응 방향을 다뤘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그간 CPTPP 가입 추진에 대비해 대내적으로 관련 제도정비를 추진하고, 대외적으로는 CPTPP 회원국과 비공식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그간 진행 상황과 논의를 바탕으로 CPTPP 가입의 경제적·전략적 가치, 민감 분야 피해 등 우려 요인을 폭넓게 살폈다. 국익을 극대화할 대응·추진 일정에 대해 관계 부처 간 입장도 조율했다.
CPTPP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빠지자 일본·멕시코·싱가포르·캐나다·호주 등 11개국이 새롭게 추진한 경제동맹체다. 2018년 12월 30일 발효됐다.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는 대외경제장관회의 산하 논의체다. 그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다뤘던 경제·안보 결합 현안을 관련 부처가 모두 나서 국익 차원에서 긴밀히 대응하고자 만들어졌다. 경제장관회의와 마찬가지로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며 정기적으로 회의를 연다. 위원장인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경제 부처 장관 5명과 국정원·NSC·청와대 관계자 5명 등 11명이 참석한다. 안건에 따라 관련 부처 장관도 참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