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완전한 통일이라는 역사적 임무는 반드시 실현돼야 하고 반드시 실현할 수 있다."
"평화로운 방식의 조국 통일은 대만을 포함한 중화민족 전체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일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 주요연설에서 한 주요 발언이다. 시 주석은 이날 30여분의 연설에서 '통일'을 12차례 외쳤다. 과거 언급했던 '무력 통일' 가능성은 이날 아예 언급하지 않고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양안(兩岸, 중국 본토와 대만)간 대립이 날이 선 가운데 시진핑 주석이 대만 측에 어느 정도 '호의'를 내비친 것이라고 중화권매체 둬웨이망은 해석했다.
2050년까지 남은 기간은 약 30년. 중국은 과연 언제 양안 통일을 이루는 게 적합하다고 보는 걸까. 세간의 의견은 엇갈린다.
◆중국군 무력시위↑···대만 국방부 "中 2025년까지 대만 침공할 것"
최근 대만 해협에 긴장감이 돌면서 대만 내에선 중국의 무력통일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졌던 게 사실이다.
올 들어 대만해협 부근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활동이 급증했다. 특히 대만 국경절인 10월 10일 쌍십절(雙十節)을 앞둔 1~4일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 총 149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전례없는 대규모 무력 시위를 벌였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초까지 600대 넘는 중국군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 구역에 진입했다. 지난해 전체 380대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추궈정 대만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일 중국시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양안간 긴장감은 40년 만의 최악”이라고 진단하며 "중국이 2025년까지 대만을 전면 침공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은 이미 대만을 침공할 능력을 갖췄지만 지금은 다른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해서 전쟁을 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2025년까지 (대만 침공에 따른) 비용과 손실을 최소화한 후 비로소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의 우방인 미국도 중국의 대만 침공을 경계해 왔다. 앞서 3월 존 아퀼리노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사령관도 중국의 대만 침공이 “생각보다 가까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항모 2척, 탱크 6300대···" 中군사력 대만 압도
사실 중국은 이미 대만을 충분히 침공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췄다. 미국 국방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현역 기준)은 103만명, 대만은 8만8000명에 불과하다. 탱크와 화포도 중국 인민해방군이 각각 6300대로, 대만의 6~7배에 달한다.
해군력도 대만이 열세다. 중국의 항공모함과 잠수함 수가 각각 2척, 56척에 달하는 반면, 대만의 잠수함은 2척, 항공모함은 0척이다. 공군력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군의 전투기는 450대에 달하는 반면, 대만은 0이다. 대만은 전투기만 400대 보유했을 뿐, 폭격기도 한대 없다.
압도적으로 열세에 놓인 대만은 그동안 지상침공을 저지하거나 혹은 중국군의 허점을 노리는 비대칭 무기와 방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왔다. 또 미국을 등에 업고 무기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미국 등 서방국의 군사적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등에 업은 대만을 중국이 침공하기란 여건상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군사학자인 장 피에르 차베스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연구주임은 지난해 9월 프랑스 주간지 르익스프레스를 통해 중국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미·중간 무력 충돌이 가져올 수 있는 핵무기 리스크를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대만인들은 여전히 중국 본토와의 통일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지난달 대만 이티투데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인의 49.6%가 양안관계 '현상 유지'에 찬성하고 있다. 양안 통일 찬성자는 11.3%로, 대만 독립 지지(32.7%)보다 현저히 낮았다.
8월 대만 독립 성향의 싱크탱크인 대만제헌기금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64.3% 응답자는 중국의 대만 침공시 참전할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 대만인, 양안통일 '거부감'…경제적 우위서 비롯
전문가들은 결국 중국이 양안 통일을 위해 필요한 건 군사력보다 대만에 대해 경제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라 말한다. 과거 중국 혁명 지도자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말했지만, 양안 통일에 있어서는 군사력만큼이나 중요한 게 경제력이란 얘기다.
대다수 대만인은 중국보다 대만이 경제·기술 방면에서 한층 우위에 있다고 여긴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덜 발달하고 생활 수준도 낮고, 정치적 자유도 구속한다고 여긴다. 양안이 통일하면 대만이 정치·경제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여겨 통일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전체 경제 규모로 보면 중국이 대만을 앞지른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00조 위안(약 1경8568조원)을 돌파했다. 달러로 환산하면 14조7200억 달러다. 대만은 6690억 달러에 불과하다. 중국의 20분의1 수준도 안 된다.
하지만 1인당 GDP로 보면 중국은 대만에 한참 뒤처진다. 중국은 2019년에야 비로소 1인당 GDP 1만 달러를 넘어선 반면, 대만이 1만 달러를 달성한 건 이보다 훨씬 앞선 1992년이다. 지난해 대만의 1인당 GDP는 2만8000달러로, 중국의 1만500달러의 3배에 육박한다.
◆ 中푸젠 1인당 GDP 대만 추월···2035년 양안통일론
중화권 정치 평론가 쑤톈쩌(蘇天澤)는 최근 둬웨이망을 통해 중국이 대만의 경제적 우위를 누르지 못하면 양안 통일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하면 중국의 경제력이 진정으로 대만을 뛰어넘어 대만인이 중국 본토에 대한 경제적 우월감을 느끼지 못하고 열세에 놓였을 때가 비로소 양안 통일의 진정한 시기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대만과 마주 본 중국 푸젠성 지역의 1인당 GDP가 대만을 추월할 때 대만인의 심리적 우월감이 완전히 무너질 것으로 그는 진단했다.
현재로선 베이징, 상하이 그 어느 도시도 대만의 1인당 GDP를 뛰어넘지 못한다. 현재 베이징·상하이의 1인당 GDP도 2만5000달러 수준에 그친다. 푸젠성은 고작 1만5000달러다.
쑤 평론가는 현재 중국 본토와 대만의 경제발전 속도라면 5년 후 베이징·상하이의 1인당 GDP가 대만을 뛰어넘고, 15년 후인 2035년쯤에야 푸젠성 1인당 GDP가 대만을 웃돌 것이며, 그때 비로소 대만인이 중국을 부러워할 것이고, 양안 통일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2035년. 바로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장기 발전 전략을 발표하면서 1인당 GDP를 중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겠다고 다짐한 그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