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③ 전성배 IITP 원장 "中견제하는 美와의 공동연구, 韓 6G 선도 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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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R&D 전문기관 1조4000억 사업예산·과제 관리

한·미 정상회담 후속 차세대이동통신 국제공동연구

"사회문제해결에 ICT 기여도 커져…R&D기획 강화"

환경변화 맞춰 '목표변경' 제도화, 과제관리 유연화

"IT 인재대란, 산업계·민간 인재양성으로 보완돼야"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상반기 한·미 정상회담의 정보통신기술(ICT) 협력 의제로 양국 6세대(6G) 이동통신 공동연구가 추진력을 얻었다.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 구도에서 한국과의 협력 의지를 강조한 덕분에, 우리가 차세대 글로벌 시장 선도 기회를 얻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운영예산 1조4000억원의 ICT 연구개발(R&D) 전문기관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전성배 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IITP는 어떤 기관인가.
"연구개발혁신법을 근거로 ICT분야 R&D를 관리한다. 기술개발부터 인력양성과 사업화까지 R&D의 전(全) 주기를 다룬다. 예산을 확보하고, 과제를 기획하고, 어떤 연구를 누가 할지 정한다. 연구가 성공적인지, 예산이 잘 집행됐는지 평가한다. 예를 들어, 국회에서 확정된 인공지능(AI) 분야 예산이 있다면 이걸로 AI의 신뢰성을 높이는 알고리즘 개발, AI의 윤리성에 관한 법제 연구, 이런 주제로 구성된 사업을 편성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주제가 확정되지 않은 큰 범주의 예산을 놓고, 수요를 파악해 구제화할 수도 있다. R&D 수행과 연계해 ICT 인력을 양성하고 R&D 성과를 사업화·실용화한다."

-올해 취임 후 9개월간 성과가 있었다면.

"세계적인 기술패권 구도와 디지털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 다른 나라와의 기술 경쟁에 처지지 않도록 하는 기반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시급한 영역에서 실제 R&D는 결과를 내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당장 '어떤 연구성과를 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향후 중요한 분야의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예산과 추진체계 등 기반 구조를 마련했다. 6G 표준 핵심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예타를 통과시켰고, 차세대 AI 핵심원천기술 개발사업, 자율주행기술개발 혁신사업, 프로세싱인메모리(PIM) AI 반도체 기술개발사업 등 굵직한 다부처 사업의 예타를 통과시켰다는 게 성과라면 성과다."

-한·미 기술협력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5G 등 차세대 이동통신과 양자기술 관련 한·미 공동연구 기획과 실무협력을 추진 중이다. 이미 미국의 과학기술연구 총괄조직인 국립연구재단(NSF)과 5G·6G 이동통신 분야 국제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양국의 장관급 협약으로 협약서를 교환했고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2개 연구과제를 선정했고, 기관 간 공동연구를 실질적으로 시작했다. 2025년까지 공동연구 범위를 더 넓힌다. 앞으로 국가 간 정책·기술 동향을 공유하기 위한 글로벌 행사를 개최하고 3GPP·ITU 등 국제표준화기구 내에서 양국 협력을 지원한다. 6G 이동통신과 양자 분야에서 양국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더 규모 있는 협력이 기대된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미국이 '우방'을 찾는 이유는 중국에 5G를 선점 당한 뒤 6G 분야까지 주도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던데.

"한·미가 미래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그간 밀접한 양국 관계에 비해 부족했던 양국 정부 ICT R&D 주체 간 협력을 선제적으로 논의한 것인데,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전부터 미국은 6G 이동통신과 같은 기술을 주도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각국이 5G를 상용화하는 과정에 중국 화웨이 같은 곳이 (기술 표준화와 기지국 장비·모뎀 등에) 앞서나가는 것을 봤지 않나. 기술패권 경쟁구도로 보면 미국이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을 결정지을 때 (견제 대상인) 중국보다는 한국과 (협력)하길 원할 수 있다. 표준화 과정에서 긴밀한 공동연구로 협력한 관계라면 각자 기여도에 다소 차이가 있어도, 개발된 특허 기술을 서로 공유할 기반이 된다."

-국가 간 6G 기술협력은 어떤 점에서 이익이 되나.

"6G 기술 표준화를 한다고 할 때 세부적으로 5000개 규격이 있다고 치자. 거기서 우리가 1000개를 이미 만들어서 갖고 있고, 공동연구로 300개를 미국과 함께 만들었다면, 그 300개에 대한 특허 등의 권리를 (협력관계가 아닌 국가 대비) 좋은 조건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 기술 영역을 표준에 많이 심어넣을 수 있는 국가와 손잡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권리를 보유한 요소기술이 많다면, 다른 국가에 권리가 있는 규격이나 기술에도 접근하기가 더 쉬워진다. 5G 표준화 때 우리와 중국이 그런 영역을 많이 보유했다. (6G 구현 과정에서) 우리와 중국이 서로에게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다면 역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ICT가 국가 의제, 사회문제 해결의 핵심 수단으로 떠오른 이유는.

"사회문제가 복잡해져 원인을 파악하고 해법을 도출하는 게 쉽지 않다. 국제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다뤄야 한다. 이런 국면에 AI 같은 ICT가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해법을 빨리 찾게 해 준다. 과거보다 ICT가 사회문제 해결에 점점 더 많이 기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 국민은 자기가 인식하는 문제의 해법이 제시돼야 성과로 여긴다. 그래서 우리도 국민 요구에 주안점을 두고 의료, 재난·안전 등의 사회문제해결형 R&D 기획을 강화했다. 단일 부처 역할을 넘어선 복잡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이나 '국방ICT지원단'처럼 다부처 연계조직을 두고 관련 R&D 예산도 늘렸다."

-IITP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은 점이 있나.

"과거 세운 R&D 과제의 목표가 이제 맞지 않을 수 있다. 코로나처럼 생각지 못한 상황이 되니까. 오프라인·대면 활동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제한 과제 수행을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못하게 된다든지. 거꾸로 생각지 않게 과제 목표를 일찍 달성하거나 결론을 빨리 얻어 과제를 조기 종료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과거엔 목표 수정 자체를 좀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있었다. R&D 과제를 관리하는 체계도 경직적이었다. 상황에 따라 목표를 바꿀 수 있는 '무빙 타깃(moving target)' 제도를 올해 도입했다. 절차가 복잡한 연차평가를 폐지하고, 서류제출이나 관리절차도 유연하게 했다. 연구자가 더 몰입해 자율성·창의성을 발휘하게 했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연구자들과의 효과적인 비대면 소통 능력이 중요하겠다.

"연구자들과의 대면 소통에 제약이 많아 업무 전반에 비대면 체계를 도입했다. 내부적으로 기획과 평가도 온라인 시스템을 갖춰 비대면으로 하게 됐다. 물론 해 보니 연구자, 관리자에게 모두 불편한 점이 있고, 기술적인 어려움도 나타났다. 접근성과 편의성을 개선하고 지속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있다. 연구자들에게도 안정적인 연구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비대면으로 연구 계획·과정·성과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이 비대면 체계가 더 일반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비대면 소통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토론방을 메타버스 서비스 같은 방식으로 한다든지."

-소프트웨어·AI 인재 대란이 벌어졌는데, 해법이 있을까.

"ICT업계의 인재 부족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비(非)ICT 기업의 ICT화(化)'가 중첩돼 아무리 많은 인재를 육성하려 해도 부족한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IITP는 대학 ICT연구센터, 명품인재 양성, SW중심대학 등 사업으로 2000년부터 ICT인재 3만명가량을 배출했다. 정규교육만으로 부족한 SW교육 수요를 채울 수 있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사업 등을 함께 추진해 인력난 해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부족한 인재를 수요처인 산업계와 민간 조직이 양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완성된 인재만 뽑아 쓰기보다는 수요를 예측하고 시간을 들여 필요한 인재를 함께 보완적으로 키워내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기관장으로서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글로벌 기술패권 시대에 기술이 없으면 (국제사회에서) 홀대 당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든 기술 영역에서 세계 1등을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잘할 수 있는 영역은 선도하거나 선두권에서 앞선 국가의 경쟁력을 추격할 수 있도록 하고, 극도로 열악하거나 취약한 기술 영역은 가능한 없어야 한다. R&D 전문기관으로서 우리가 관리하는 R&D 사업을 통해 국가 ICT 전반의 기술적인 경쟁력을 개선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또 국민들이 원하는 답을 제시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기술개발, 사업화, 인력양성 등의 성과를 달성하고 400여명의 직원이 각자 전문성을 키우고 보람을 얻는 기관이 되면 좋겠다."
 
<대담=한준호 IT모바일부장, 정리=임민철·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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