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승계 '쇼타임', LA레이커스 파트너십과 올리브영 IPO

2021-10-0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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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승계를 위해서는 2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기업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사업적으로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분율을 높여 최대주주에 오르는 것이다. 그동안 CJ 그룹의 승계는 지분율을 높이는 과정이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 프로농구단 LA레이커스와 파트너십이 그 시작이다. 게다가 성공을 위한 밑그림도 잘 그려 놓았다.
 

[사진=CJ제일제당]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UCLA 헬스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CJ비비고XLA레이커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비비고 로고가 적용된 유니폼이 공개됐다. 왼쪽부터 ▲경욱호 CJ제일제당 CMO ▲지니 버스 LA레이커스 구단주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 ▲팀 해리스 LA레이커스 대표 순이다.[출처=CJ제일제당]

사업 승계 '쇼타임' 3가지 키워드, '쉬완스', 'LA레이커스', '차입금 감축'

이재현 CJ 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부장)의 사업적 역량 증명은 그의 CJ 경영권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이 부장이 사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면 CJ 주주들 안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이 부장의 오너십 확보에 반기를 드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이 부장은 신문의 경제면보다 사회면에 등장하는데 익숙했기에 반전도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프로농구(NBA) 대표 구단인 LA레이커스와 파트너십은 이 부장이 업무에 복귀한 이후 첫 공식 행사다. 앞으로 LA레이커스 유니폼 우측 상단에는 CJ의 식품 브랜드인 비비고가 부착된다.

이번 계약 건은 5년 간 1억 달러(약 1184억 원) 상당의 금액으로 체결됐다. 일반적인 NBA 파트너 계약 규모 기준으로도 초대형이며, 그 동안 CJ그룹이 진행한 스포츠 마케팅 파트너십 중에서도 단연 역대 최대 규모다.

NBA 슈퍼스타인 르브론 제임스의 소속팀이기도 한 LA레이커스는 NBA파이널 최다 우승(17차례) 기록을 갖고 있는 명문 구단이다. 특히 지난 1980년대 NBA 리그를 지배할 때 플레이가 화려해 '쇼타임 레이커스'란 별칭을 얻기도 있다.

LA레이커스와의 파트너십은 CJ그룹 입장에서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쏟은 만큼 CJ제일제당은 미국 시장에서 성장해야 한다. 과감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미국에서 성공한 CJ제일제당 만두(MANDU)가 있다.

CJ그룹은 2019년 미국의 냉동식품 전문업체 쉬완스를 약 2조원(18.4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사업 시너지를 모색해왔다. 비빔밥과 같은 K-푸드를 미국에 수출했는데 그 중 만두가 대박이 났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 해외매출은 6700억원으로 국내매출 36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쉬완스 인수 효과와 만두의 성공은 CJ제일제당의 수익성을 더했다. 쉬완스 인수로 단순히 수출할 때와 달리 식품과 유통사업 양 쪽에서 이익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쉬완스가 보유한 미국 내 자체 유통망과 시너지를 낸 경험은 앞으로 북미 지역에 한국식 치킨, K-소스(고추장) 등을 보급할 때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이선호 부장의 사업적 역량을 증명할 실탄도 준비됐다. CJ그룹은 올 1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이 12.3조원으로 2019년 9월 말 기준 16.9조원과 비교할 때 27%(4.6조원)가 줄었다. 1년 반 사이 4조원 이상 차입금을 줄였기에 사업을 확장할 재무적 여력도 충분하다.

현재 숨고르기 중인 '월드베스트 CJ'는 이 부장의 승계와 맞물리며 재시동을 걸 공산이 크다. 월드베스트 CJ는 CJ그룹의 비전으로서 2030년 3개 이상 사업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비전이다.
 
지분 승계 '쇼타임', 올리브영 IPO

지분 승계쪽에서는 올리브영 IPO를 빼놓을 수 없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이날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RFP 발송은 상장을 위한 첫 준비 단계로 상장 시기는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CJ올리브영은 이선호 부장(11.09%)과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부사장(4.26%) 등이 지분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승계의 '맥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던 계열사다.

지난해 말 CJ올리브영은 프리 IPO에서 몸값으로 1.83조원을 인정받았다. 당시 CJ는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로 2조원±10%를 제시했고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 의사를 밝힌 글랜우드 PE, JKL파트너스과 스틱인베스트먼트 중 글랜우드 PE가 최종 낙점된 바 있다.

당시 인수 후보들에 CJ가 내건 조건은 IPO 성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딜은 동반매도청구(Drag-along), 매수청구권(Put Option) 등의 조건이 없었는데, 이유는 인수한 FI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게 만들기 위함"이라면서 "글랜우드가 인수한 지분을 높은 가격으로 되팔기 위해서는 올리브영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부장과 이 부사장이 올리브영 상장 과정에서 주식을 처분하거나 지주사인 (주)CJ와 주식을 교환한다면 승계작업은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이 외에도 CJ그룹은 승계를 위해 또 하나의 카드를 남겨놓고 있다. 신형우선주(CJ4우)의 보통주 전환이다. CJ4우는 발행 10년째인 2029년 3월부터 보통주 전환이 가능한데 이 부장과 이 부사장은 현재 CJ4우 주식을 각각 104만9668주, 101만2290주씩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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